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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몌짱이 Jun 17. 2023

낮에 뜨는 달 같아서

불쑥 찾아오는 상념들이 두렵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 보면 정작 나의 자화상은 잊히고 만다. 생각하기 싫은 기억에도 의도치 않게 손을 뻗게 되고 그것을 만지는 촉감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려 보면 또 어느 생각 속에 있는 왜곡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나쁜 생각들은 마치 낮에 뜨는 달 같아서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하지만 그 잔상이 쉽게 잊히지 않기도 한다. 생각하는 것, 상념에 잠기는 것, 그러다 나 자신을 내어주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마음의 조각들을 쥐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이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영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날들을 겪으면서,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은 나의 무기가 되었다. 남들보다 예민했지만, 더불어 남들보다 섬세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온갖 감각이 열려 있는 듯 사방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때로는 좀 더 피곤하기도 했고 좀 더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인정하고 나니 그 감각에의 충족은 축복 그 이상이었다. 좀 더 생각하고 좀 더 느끼면서 살 수 있는 삶, 그게 그리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도 문득 생각한다. 이 낮달 같은 뜨거움으로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이 좀 더 날카로운 빛을 내뿜을 때면 나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또 한 번 생각한다. 이 모든 것들도 나의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곧잘 그 뜨겁고도 차가운 생각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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