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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몌짱이 Dec 27. 2022

어느 겨울의 조각들

행운, 그리고 그 이상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빛과 어둠을 사랑한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확인할 수 없는 저 너머의 명암까지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겨울의 흑백 같은 풍경도 예외는 아니다. 한 때는 겨울이야말로 쓸쓸함으로 가득 찬 계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춥기 때문에 우리는 더 따뜻해지려 애쓰고, 여름의 푸름을 잃은 세상은 오히려 더 화려한 조명들로 가득 차 있다. 비로소- 겨울이다. 



올 한 해를 '견뎌냈다'라고 생각하지 않고 정말이지 괜찮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한번 더 응원하게 되고 이 모든 것을 따스히 받아들일 수 있어서 행운이다. 크리스마스가 막 지난 이 시점에서 조금의 겨울이 더 남아 있음에 안도하는 것조차 내게는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과 관계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알아가는 한 해를 맞이하고 싶다. 그 둘은 내게 주어진 가장 값진 것들이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한 나는 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던 것만 같다. 내가 아마추어처럼 살아서 나보다 더 많이 아프고 힘들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많이 안타깝다. 그래서, 바로 지금, 그렇게 새해 소원을 빌어 본다. 



수없이 많은 조각들을 쥐었다 놨다 하는 동안, 이렇게나 빠른 속도로 한 해가 가고 있다. 지금은 새하얗게 빛나는 겨울의 조각들을 움켜쥐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손이 시려도, 바람이 생각보다 차가워도 왠지 놓고 싶지가 않아 한 번 더 하늘을 본다. 다행히 모든 빛들이 내년에도 여전할 것이라 한다. 이보다 마음 따뜻한 순간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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