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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몌 May 08. 2024

좋아요, 가 눌려진 순간들


삶의 '영원하지 않음', 그리고 마음의 '변화무쌍함'과 사랑에 빠진 지 오래다. 온 우주를 가진 것만 같던 환희에 찬 순간들도 언젠간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모든 순간들이 제각각 소중하다. 나는 그 순간들을 느끼고, 즐기며, 수집한다. 그것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며 또 하루가 간다. 분명 꽤 많은 순간들이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었다.



특히, 좋아하는 무언가와 관련된 기억들은 잘 잊히지 않고 좀 더 길게 머문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안 좋은 생각들을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는 만큼, 반대로 좋은 생각들을 오래 기억하려고 애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득, 이 하루를 마무리하며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린다.


둥글둥글한 구름

타닥거리는 키보드 소리

토끼를 만지면 느낄 수 있는 촉감

한 여름의 꽃무리

쓴 맛의 커피

넘겨지는 페이지

약속 같은 사람들.



결국은 모이고 모여 나를 이루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 모든 것들은 고맙게도 내 안과 밖에서 나를 지켜낸다. 내가 연약하고 나약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올 수 있었던 이유가 되는 것들이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만의 단어가 되어 주변에 머무른다. 사람이 한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자신만의 의미를 가진 단어들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의미들은 때로는 물이 되어 흐르고 한편으로는 단단한 방파제가 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열정을 다해 순간을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좋아하는 대상이 담긴 순간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많은 존재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넘어서서 더 많은 것들을 좋아해 보기로 다짐한다. 그러다 보면 각자의 삶과 그 존재는 모두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 자체도 참 좋고 아름답다.



나는 오늘도 딸깍, 하고 몇 번의 순간에 좋아요를 눌렀다. 항상 반짝이는 삶은 아니지만, 늘 자랑할 만한 일만 가득한 삶은 아니지만 나의 삶도 꽤나 근사하고 의미 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며 오늘을 살아간다. 우울의 밤도, 많은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새벽도 모두 나의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단어들로 이루어진 나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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