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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몌 Jul 19. 2024

유난히 둥그런 마음을 열다, 덕포역


2호선을 타고 양산 방면으로 달려 본다. 이번엔 사상 역에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지나친다. 한 정거장을 더 가서 가벼운 마음으로 지하철에서 내린다. 하지만 여기서 내릴 때마다 가방은 꽤나 무겁다. 가방에 뭐가 들어있냐고? 글쎄, 역 출구 밖으로 나가 보면 답을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덕포역의 하늘은 오늘도 맑았다. 장마가 이제 끝나가는 모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의 마음만큼은 둥글고 푸르다. 덕포역에 오는 날은 대부분 날씨가 맑다. 가방 가득 뭔가를 넣고 오느라 우산을 들고 있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가방에는, 바로 몇 권의 책이 들어 있다!



내가 덕포역에 오게 된 이유는 부산도서관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인데, 도서관에 한두 번씩 오게 되면서부터 덕포역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었다. 덕포시장과 공단이 위치하고 있는, 그리고 지하철 역 근처는 꽤나 조용하고 아담한 곳. 하지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덕포시장조차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지하철을 타게 되어 아쉽다.



오늘은 괜히 먼저 덕포시장에 들어가 보게 되었다. 차분한 모습으로 시장 구석구석을 차지한 정겨운 가게들이 오늘따라 더욱 눈에 띈다. 어느 여름 덕포시장에서 먹었던 칼국수의 뜨근함이 떠오르기도 했고 올해 겨울 남편과 풀빵을 한 봉지 사서 사상까지 걸어갔던 생각이 나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시장 안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며 문득 이 모든 사람들의 사연을 궁금해한다. 이상하게도, 덕포역에 오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하게 된다. 높은 건물 사이에서 휙 하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와는 사뭇 다르게, 천천히 느림을 즐기는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도서관 쪽으로 몸을 돌려본다.





부산도서관의 모습이다. 깔끔하고 도시적이면서도 넓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외관이다. 부산도서관에 대해서 안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꾸준히 자주 오는 편은 아니지만 이따금씩 도서관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때면 이곳으로 온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물론 어느 쪽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만, 도서관의 고요함과 웅장함 자체를 느끼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또한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것은 보물 찾기와도 같다. 뭔가 남들이 잘 발견하지 못하는 어떤 소중한 물건을 찾아내는 느낌이다. 오래된 책의 책장을 넘기는 기분도 좋다.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간 좋은 이야기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움직이는 느낌이다. 



도서관을 나와 다시 역 쪽으로 걷는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다시 맑아진 하늘을 마주하며 걷는다. 내일은 또 비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은 오늘의 하늘을 즐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남은 길을 마저 걷는다. 내일의 비는 내일 생각하기로,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탄다.





<덕포역>

부산 지하철 2호선

부산 사상구 사상로 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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