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십 대는 뜨거운 불 같은 것이었다. 그 불은 건물 전체를 집어삼킬 만큼 거대해질 때도 있었고, 손바닥 하나 겨우 따뜻하게 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작은 불꽃일 때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 불의 크기와 상관없이 항상 너무도 뜨거웠다. 그것은 결국 크고 작은 괴로움이었다. 물론 그 뜨거움은 어떤 형태의 열정으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는 것이었기에 사람들은 나를 열정적이고 꽤나 사교적인 사람으로 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위험하고도 안쓰러운 사람이었다.
이십 대의 내가 단순히 서툴러서만은 아니었다. 물론 무언가를 잘 모른다는 것에서 오는 무지함과 황당함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는 활활 타오르는 기분 하나로 무엇이든 결정하고, 행동했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면 그 행동의 결과도 내가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실수로 옷깃에 불이 붙어도 별 어려움 없이 그 불을 쉽게 끌 수 있을 줄 알았다. 열정 하나만 있으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식으로 열심히 하면 뭐든지 잘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열심히 노력해도 다른 상황과 환경에 따라 내가 가질 수 없는 것도 있으며, 긍정적인 기분만으로 모든 것을 다 아는 듯이 행동하는 것은 사실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은 영원히 타오르는 불 같을 수 없고, 때로는 뚝뚝 떨어지는 차가운 비가 될 수도 있어야 하고, 온화한 햇빛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싶다.
그때를 한번 더 생각한다. 그래도 그 뜨거움 속에서 무엇이든 열정적으로 해 보던 나를 떠올린다. 사람들과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어떤 순간들을 떠올린다. 물론 지금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시간들이지만 그 시절의 나는 이미 가고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때만 느낄 수 있었던 열띤 감정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