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몌짱이 Feb 03. 2022

이때다 싶을 때 사랑할 수 있나?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변하지 않은 생각, 그건 바로 '선택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내가 내 성별을 결정하지 못하거나, 나의 부모님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선택적인 사랑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언제 사랑에 빠질지를 결정하고 그 상황에 맞게 사랑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의 생각이 좁은 것일 뿐일까, 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학생 시절, '이성교제'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하는 친구들이 가끔 있었다. 학생 때는 공부에 매진해야 하니까 이성교제는 뒤로 미뤄야 한다, 그것이 그런 친구들의 말이었다. 그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왠지 그 말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어린 나이었지만 '사랑을 뒤로 미룬다'라는 말이 왠지 어색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마음을 어떻게 뒤로 미룬다는 것일까. 내 마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 마음은 지금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사람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나의 신념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로 내가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람을 만나고 이렇게 사랑해온 나로서는 사랑에 빠지는 것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 와닿지 않는다. 





지금의 남편이 남자 친구이던 시절, 조금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난다는 것에 반대하던 몇몇 친구들 중에는 나를 대놓고 비난하던 친구도 있었다. 사랑은 선택적인 것이라고 굳게 믿던 친구는 자신이 나였다면 결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잘 살 수 있는 조건의 사람을 선택해서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맞다,라고 말하는 친구 앞에서 뭔가 친구를 설득하려는 전의조차 상실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사랑에 빠지고 싶어서 빠진 게 아닌데, 나는 그냥 그 사람이 좋을 뿐인데, 라는 말이 힘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그때의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어쨌거나, 그 뒤로 남자 친구는 하는 일이 다 잘 풀렸고 지금 나의 남편이 되어 함께 잘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미루는 사랑, 선택하는 사랑에 대해 믿지 않게 되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나와 상대방에게 주어진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랑이 중간에 변하게 되든 둘이 끝까지 함께 하게 되든, 시작의 순간이 주어진다는 것은 축복이다. 나는 그 축복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농담으로, 불륜만 아니라면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뒤로 미루기를 권하고 싶지 않다. 아무나 만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나는 사랑이란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 '충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이 뭐라고 간섭할 수도 없고, 다른 조건들이 오롯한 사랑의 감정을 무너뜨릴 수도 없다. 




사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이런 이유, 저런 이유로 미루고 포기해 버리면 찾아오는 후회가 상당히 클 것이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만약 내가 나의 사랑을 미루어왔었다면 나는 세계 최고로 큰 후회를 하고 있을 것만 같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사랑 하나 미룬다고 지금의 다른 일이 잘 될거란 보장은 없다. 인생 별 거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나는 그것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었다는 슬픈(?) 이유로, 나의 이런 생각이 다소 낭만적인 견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세상에 남은 유일한 낭만이 아닐까. 힘든 현실 때문에 사랑을 '뒤로 미루어야만 하는' 슬픈 일은 없기를 바란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바로 그 순간 반짝, 하고 빛날 수 있는 사랑만 함께 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너의 재생목록 그 한가운데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