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흐린 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날들을 걷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따금씩 저의 세계에도 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그건 아마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의 일들 중 하나겠지요. 그렇게 눈물을 흘리는 것이 나쁜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하고, 달달하지 않은 커피를 한잔 마셨습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는 맛있는 빵을 한 아름 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삶의 감각이 살금살금 머리를 깨우는 날입니다. 살고 싶어 지고,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역시나, 저는 잘 살고 있나 봅니다.
요즘은 잠시 쉬던 일을 다시 하고, 오늘의 술은 다음으로 미뤄둡니다. 왠지 오늘의 슬픔도 내일도 미룰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문득 생명을 가졌기에 느낄 수 있는 오만 가지 감정을 모두 느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저는 이 모든 감정을 챙겨둡니다. 그래도 이기적인 마음에 슬픔이나 걱정 같은 부정의 감정은 한 곳에 제쳐둡니다. 그리고 세 번 속삭입니다, 이 모든 게 두렵지 않아, 라고요.
이렇게,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몇 마디 말밖에 전하지 못하지만 어쨌거나 잘 지내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언젠가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면 이 모든 마음과 순간을 담아 당신에게 닿겠습니다. 혹시나 이 언어가 부족하여 당신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감정을 다 전하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꼭 소리 내어 나의 언어를 말하겠습니다. 그때까지 당신도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모든 것들이 안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