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코 Aug 16. 2024

참외

심심해서 단편소설 01

엄마가 건넨 까만 비닐봉지 안에 노랗게 잘 익은 참외 네댓 알이 묵직했다.

“참외 좋아하잖아. 누구 주지 말고 너 다 먹어라.”

누가 들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속삭이며 개구지게 웃는 엄마의 모습에, 나도 그냥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까만 비닐봉지를 내려놓자, 남편이 봉지 안을 슬쩍 들여다보곤 의외라는 듯 물었다.

“웬 참외야? 당신 이제 참외 알레르기 생겨서 못 먹잖아.”

“오늘이 며칠이지?”

핸드폰을 확인하는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이야- 벌써 7월 1일이네!라고 대답하는 남편을 뒤로 한 채, 말없이 안방으로 들어왔다.


얇은 여름 카디건을 분주하게 벗다가, 손끝에 남은 참외 향기가 스치자 코가 또 시큰했다.

벌써 올해의 절반이 지나는 동안 엄마는 저 아득한 과거로 얼마나 빠르게 흘러간 걸까.

내 속도 모르고, 참외 향기가 너무 달고 향긋하다.

작가의 이전글 와코노트 리뉴얼 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