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없이는 잠을 못자는데 계속 먹자니 좀 불안하네요
김지연 상담심리 전문가와 왈이가 함께 들어주고 고민하는 Q&A
저는 원래 '잠을 못 자는 게 뭐야?' 라고 할만큼 수면에 문제가 없었던 사람이었어요. 누우면 자는 거고. 자고 싶을 때 항상 잠이 오고. 그게 얼마나 축복받은 삶인가요!
한 몇 달 전부터 급격하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어요. 관계에 문제가 생겼고, 일에도 문제가 생겼고, 제가 쉴 수 있는 곳들이 사라졌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 잠이 잘 안 오더라고요. 처음에는 눈을 감고 1시간, 2시간 기다려도 잠이 하나도 오지 않고 각성이 되는 거예요. 오만 때만 생각이 다 들고. 그러다가 조금 잠에 들었다가 깨고, 깨면 또 2-30분 동안 뒤척이고, 그러다 한 30분 정도 자고 또 깨고. 그걸 아침까지 하다가 일어나면 머리가 깨질 것 같고, 그렇게 정말 더러운(?) 기분으로 아침에 일어나요. 저조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시작하니까 안 봐도 뻔하죠. 잠을 못 자니까 머리도 아프고, 낮에는 피곤하고. 밤에는 또 못 자고. 계속 반복되니까 피로가 누적돼서 자주 골골대더라고요.
정신과에 갔더니 수면제보다는 항불안제가 낫겠다며 처방해주셨어요. 내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처음에는 잘 듣다가 좀 있으니 약을 먹어도 잠을 잘 못 자니까 또 병원에 가서 이야기하고. 그렇게 계속 맞춰가면서 약을 먹는데 약을 먹으면서.. 선생님은 계속 그러지 말라고 하시지만 좀 불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이렇게 약을 계속 먹어도 되나? 이렇게 약을 계속 먹으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약 없이는 잠이 안 오니까 먹기는 하는데, 이렇게 약을 먹는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개선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죠.
아- 수면의 질 높은 삶이 그리워요. 잠을 잘 자려고 안 해본 게 없어요. 아로마 향도 사보고, 자기 전에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핸드폰 최대한 멀리하고, 자기전에 명상하고. 요즘에는 자기 전에 명상하면 정신이 더 또랑또랑해지더라니까요.
자, 오늘은 제가 탐정이 되어보겠습니다. 몇 달 전 스트레스 사건에 비밀이 있습니다. 일과 관계와 쉴 수 있는 곳이 사라졌다고 하셨는데 혹시 중요한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셨나요? 아니면 온 힘을 다하던 프로젝트가 잘 안되었나요? 아니면 혹시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지셨나요? 뭔지는 모르지만 엄청난 일이 닥치신 것 같아요. 응급상황이에요. 지금은 약을 먹고 안 먹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은 뭐든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걸 해주셔야합니다.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요.
잠은 들지 않아도 눈 감고 편하게 있기만 해도 몸이 이완돼서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잠 못드는 것 까지 스스로 괴롭히지 마시고요. 불면이 문제가 아니라 잠 못들게 하는 그 머리에 맴도는 사건. 그 사건에 대해서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아요. 일상이 뒤틀릴만한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굉장히 타격이 큰 사건이었네요. 그걸로 많이 괴로워하고 있어요. 지금 굉장히 괴로운 상태구요. 내가 이런 상태구나, 많이 괴롭구나 라고 아는 것이 시작인 것 같습니다.
잠이 이 사람의 진짜 문제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잠도 문제겠지만 잠보다는 사실 더 말하고 싶은 어떤 일이 있지 않을까. 잠은 그 괴로운 일로 인한 뒤 따라오는 현상이지 지금 이 분이 겪고 있는 본질, 근원은 아닌 거 같아요. 잠을 얘기하고 계시는데, 사실은 다른 부분. 잠을 못 들게하는 일이 저는 더 궁금합니다. 그게 진짜 이 분의 고민일 것 같아요.
원래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원래 수면에 문제가 없던 분이라면.. 원래 잘 살던 사람인데 어디 부딪혀서 멍이 들었잖아요. 약도 중요하지만 뭐에 자꾸 부딪히는지를 봐야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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