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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왈이의 마음단련장 Nov 19. 2018

갑자기 이렇게 우울해질 수도 있는 건가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우울증에 당황한 당신에게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올 수도 있는 건가요? 

지난 주말에 밤새도록 눈물만 나고 숨도 잘 안 쉬어지고 잠은 겨우 3시간 잤나 그래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거 뭔가 잘 못됐다 싶은 거에요. 제가 왈이의 마음단련장을 챙겨 듣는데, 아프다고 느끼면 혼자 참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라는 말이 생각이 났어요. 일요일에 여는 정신과가 어디 없나 하고 찾았거든요. 마침 집 근처에 있는 거에요. 사람이 참 많더라구요. 어린 아이도 있었고 노인 분도 계셨고 저 같은 청년도 있었구요. 

저는 정신과는 처음은 아니에요. 세 달전에도 간 적이 있는데 약물치료 대신 상담치료를 권하셔서 지금 상담 받은 지 2개월 정도 지났어요. 정신과 가면 사전 검사지 같은 걸 작성하잖아요. 최대한 솔직하게 표시를 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선생님이 저를 보고 처음 하는 말이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하는거에요. 그리고 조금 더 검사를 받아보자고 하셔서 몇 가지 검사를 더 했어요. 스트레스 검사도 하고, 문장 검사도 하고요.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차트를 보시더니 또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라고 하는 거에요.

그제서야 저는 끄덕 끄덕 고개를 끄덕였구요.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했어요. 지금 뭐가 가장 힘드냐. 어떤 기분이 드냐. 자해를 생각해본 적도 있냐. 차분하게 물어봐주시고 제가 더듬거릴 때마다 기다려주시더라구요. 그러더니 탁탁탁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 쓰시면서 “약을 좀 드릴게요"라고 하셨어요. 저는 제 진단명이 무엇인지도 모른 체 약을 받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물어봤어요. “선생님 제가 무슨 병에 걸렸나요?”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시면서 하는 말이 “우울이죠. 우울증.” 내심 알았지만 이렇게 실제로 진단을 받고 보니까 암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금요일까지만 해도 꽤 괜찮았거든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주말에 신체에 반응이 와서 급하게 병원에 가게 됐고 우울증이라는 진단명까지 받게 되니까. 집에 와서 또 펑펑 우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우울증이란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제가 못 받아들이는 걸까요? 진짜 궁금해서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람이 아파질 수 있는 건가요? 어제의 저와 지금의 제가 너무 달라서 저도 너무 적응이 안돼요. 나름 잘 지냈는데, 갑자기 이렇게 무너져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있는 제가 이상하게 느껴져요. 


갑작스럽게 사람이 아플 수 있습니다. 지금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상하게 느껴지실 거예요. 평소의 나 같지 않고, 또 내가 이렇게 무너져버리는 건가, 라고 두렵기도 하고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렇게 평생 살면 어떡하지?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은데? 그런 두려운 생각들이 들 수 있어요.


지금은 혼란스러운 상태고 이럴 때 우왕좌왕하기 쉬운데 첫 걸음으로 병원에 간 건 정말 잘하셨어요. 칭찬해드리고 싶어요.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거 그게 시작이에요. 배운대로 정확하게 응급처치 하셨어요. 정말 잘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음의 병 중에서는 정서적 고통이 크게 없는 병도 있지만 굉장히 통증이 심한 병도 있어요. 우울증이라는 명칭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굉장히 고통스럽다는 사실. 그리고 갑자기 신체에 반응이 왔다는 것. 신체에 어떤 반응이 왔는지, 어떨때 오는지를 자세히 아는 것이에요.


먼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요. ‘내 마음에 위기가 왔어’ 인정해요. 우울증 명칭에 쫄거 없어요. 우울증보다 00님이 훨씬 현명해요. 심호흡을 하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찬찬히 같이 되짚어봐요. 어떤 생각의 습관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는지, 어떤 신호에 내가 반응했는지 다정한 셜록홈즈처럼  증거들을 수집하다보면 어떨때, 무엇이, 나를 우울한 기분으로 처박히게 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그걸 알아내면 우리는 그것을 다루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답니다.  


우울증이라는 이름에 겁을 먹거나 쫄 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우울증보다 이 사연을 주신 분이 훨씬 현명할 거예요. 


함께 살아가야 할까요? 버릴 수는 없을까요?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순간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러다가 또 헤어지겠죠. 반드시 헤어지는 순간도 와요. 그렇지만 지금은 함께 살아가고 계시네요. 


원인을 알면 그것을 좀 이겨낼 수 있을까요?


원인을 알면 우리가 조금 더 바꿔줄 수 있는데, 바꿔줄 수 있는 힘이 생기는데. 그 원인을 아는 게 힘들게 느껴질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땐 그냥 그 시기를 그냥 함께 지나보내는 것, 그것이 최선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더 들어보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3/clips/127


내가 오디오클립에서 김지연 상담심리 전문가와 만드는 이야기는 실제로 깊은 형태의 심리상담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간들이 보내주는 진솔한 사연을 바탕으로 상담 전문가와 내가 간단한 답변을 달아주는 형태랄까. 


그래도 이렇게 선생님의 말에 강아지인 나도 위안을 받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 놓는 것 그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인간들이 여기 왈이의 마음단련장에 편하게, 편하게 드나들었으면 좋겠다.


�마음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인간의 고민을 구체적으로 써서 보내줘! 왈이의 이웃이자 커뮤니티 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담 심리 전문가 김지연 선생님이 인간의 마음을 진단하고 마음 근육을 키워줄 거야. wal.am/order나 hello@wal.am으로 보내주면 돼. 고민은 모두 익명으로 소개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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