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을 위해, 와인을 마셔야 하는 이유

장이 불안하면 마음도 불안해지는 원리, 미생물 아커만시아에 대하여

by 월든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가 생각난다.

오래전 동호회 사람들과 스키장에 갔다가,

처음으로 와인을 마셨다.

맛있을 거라 예상했다.

포도 주스를 좋아했으니까.

그러나 예상과는 맛이 달랐다.

달지 않고 떫은 느낌이랄까.

이런 걸 왜 마시나 싶었다.


몇 년 뒤,

다시 와인을 마실일이 생겼다.

와인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음미하며 마셨다.

조금씩 와인이 좋아졌다.

재밌는 것은 와인이 좋아지고 나서,

달달한 포도 주스는 싫어졌다.


그렇게 가장 즐겨마시는 술이,

와인이 되었다.


그래서 오늘 글의 요지가 뭔가?

"여러분, 마음이 괴로울 때는,
맛있는 와인을 마시며 걱정거리는 잊고,
마음껏 취해 봅시다!'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생뚱맞을 수도 있겠지만,

미생물을 소개하고 싶다.


'아커만시아'라는 미생물이 있다.

정확히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 다.
뮤시니필라는 '뮤신(점액)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이 미생물은 우리 장에 살면서,

장내 점액층(뮤신)을 먹고사는데,

아커만시아가 점액층을 먹으면,

술잔세포가 이를 알아채고 점액층 생산에 힘을 쓴다.

점액층은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유지된다.


만약 아커만시아가 사라져 점액층을 먹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점액층은 노후화되고 얇아져 외부 공격에 취약해진다.


이렇게 점액층이라는 방어벽이 무너지면,

헐거워진 틈을 타고 장내 유해균의 부산물인 LPS라는 독소가

혈관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것을 장 누수라고 한다.
밀가루의 글루텐도 장 누수의 주범이다.

이 염증 물진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뇌를 보호하는 방어벽까지 흔들며

뇌 내부로 침투한다.


LPS가 뇌에 침투하면 신경 염증을 일으켜

브레인 포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브레인 포그 :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태

이런 일이 장기로 길어지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를 일으키도 한다.

장의 불안이 감정의 불안으로 연결되는 것은 개인차가 있다고 한다.
장 상태가 안 좋지만 기분에 별 영향이 없는 사람도 있다.


마음의 안녕을 위해,

우리는 아커만시아를 잘 보살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커만시아가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 된다.


어떻게 먹이를 줄까?

당연히 내가 먹으면 된다.


무엇을 먹어야 할까?

한 번쯤 들어봤을 '폴리페놀'이다.


다 왔다.

'폴리페놀'이 많이 든 음식은?


명석한 사람은 예상하겠지만,

바로 '와인'이다!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내 음주를 합리화기 위해 이렇게 장황한 설명을 한 것은 아니다.


애주가에게 안 좋은 소식은,

과음을 하면,

알코올 성분이 점액층을 말 그대로 녹여버리고,

점액층을 만드는 세포의 일까지 방해한다.


애주가라면,

과음한 다음날 설사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점액층의 파괴는 설사로 이어진다.

그 속에는 소중한 아커만시아와 뮤신들의 잔해가 섞여있다.


아커만시아가 좋아하는 폴리페놀이 든 다른 음식들이 있다.


첫 번째 음식은,

단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겨할,

초콜릿이다.

아쉬운 점은,

카카오 70% 이상 다크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음식은,

블루베리다.

사실 베리류 중에서 아로니아가 폴리페놀 함량이 단연 높다.
하지만 생으로 먹기가 힘드니 블루베리가 좋겠다.


세 번째 음식도 기뻐할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커피다.

아커만시아에게 먹이를 줄 목적이라면,

약하게 로스팅된 커피가 좋다.

커피에 든 폴리페놀 성분은 열에 강한 편이나, 200도씨 이상의 고온에 장시간 볶아지면 점차 분해된다고 한다. 스타벅스에 즐겨간다면 오리지널보다는 덜 로스팅된 원두를 찾아보시길...


이외에도,

견과류(특히 헤이즐넛, 피칸), 자두, 체리, 딸기, 사과(껍질째) 들이 있다.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와인이 있다.


결론은 이렇다.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예방하기 위해,

장속 미생물도 챙기자는 것이다.


그리고 술은 가능한 적게 마시되,

꼭 마셔야 한다면,

그나마 아커만시아가 반가워할,

레드 와인을 마시자.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폴리페놀 함량이 훨씬 높다

딱 한두 잔만.


살다 보면 과음을 할 때도 있다.

나도 그렇다.

다음날 설사를 하게 된다면,

삶의 터전을 잃고 전사한 아커만시아들을 떠올리자.

가볍게 묵념하고,

당분간은 건강을 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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