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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깃 Dec 27. 2023

대충 살자

사는 게 별거 있나

나, 나라는 인간은 평생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를 삶의 모토로 삼아온, 지극히 평범한, 이보다 더 평균일 수 없는 극단적인 평균의 인간이다. 언젠가부터 유행어처럼 번진 소위 ‘자존감’이라는 것도 매우 낮은 편이다. 임기응변이나 순발력, 상황 대처 능력 같은 건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어려서든 나이가 들어서든, 사람을 만나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누군가와 단둘이 있게 되는 상황이 가장 괴롭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난 왜 누구와 있어도 이렇게 어색하지? 내가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겠지? 남들은 이렇지 않겠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소용돌이치고, 입에서는 엉뚱한 말만 튀어나오고 연신 버벅거리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아, 그때 이 말을 해야 했는데, 그런 말은 왜 한 거야, 얼마나 바보 같았을까.’ 하며 또 괴로워한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평균도 안 되는 것 같다. 사람을 마주하는 단순한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생각에 자존감은 항상 바닥을 긴다.


한때 친구의 권유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자주 들었다. 그중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이라는 질문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스님의 답변은 낮은 자존감은 의외로 자만심에서 비롯된다는 대충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나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여야 한다는 자만심 때문에, 스스로 설정한 그 말도 안 되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라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이 나에게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을 거라는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에게 나는 북적이는 거리를 걷다 어깨를 부딪치는 수많은 사람과 전혀 다를 바 없을 텐데.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면서도 나만은 달리 보일 거라고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갑남을녀, 장삼이사(수능 국어 공부할 때 외웠던 사자성어 이제야 써본다)에 지나지 않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보다 더 평균일 수 없는 극단적인 평균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그냥, 대충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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