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깃 Feb 13. 2024

가락입니다. 국수라지요.

가락국수에 대한 단상

2024년 2월 6일 6시 1분, 막 퇴근해서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시간이면 ‘저녁 뭐 먹지?’라는 거대한 물음표만이 머릿속을 꽉 채워 다른 생각은 하기 힘들다. 한 마디로 겁나 배고픈 시간이라는 뜻.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오른 ‘가락국수'. 다른 것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어릴 적 명절이면 부모님이 운전하는 차에 실려 시골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먹던 가락국수. 친가는 전라도 광주.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설날과 추석만 되면 귀향길, 귀성길 고속도로를 꽉 채운 광경이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라 불릴만했다. 당연히 교통 체증도 대단했다. 한 번은 서울에서 광주까지 무려 열다섯 시간이 걸린 적도 있는데, 한참 자다 깨서 우리 차가 아직도 고속도로 위에 있는 걸 보고 “엄마, 광주가 이사 갔어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시 가락국수로 돌아와서…….


혹자는 한국식 우동이라고도 하지만, 가락국수라는 이름에는 그 어떤 고유의 감성이 있다. 우동과 가락국수가 정확히 어떻게 구분되는지, 가락국수의 유래가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분명 뭔가 다르다. 검색을 해보니 우동을 우리말로 순화한 말이 가락국수라는 말도 있고, 우동은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 국물을 쓰고, 가락국수는 멸치육수를 쓰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말도 있다. 어떤 것도 확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진한 가쓰오부시 국물에 장인의 손길로 반죽한 듯한 오동통한 면발, 그 위에 덴뿌라 혹은 아게다마(튀김 부스러기)가 듬뿍 올라가는 일본식 우동. 우동이라고 하면 왠지 깔끔한 젠스타일의 목조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전문 식당이 떠오르는데(이 또한 나의 선입견일지 모르지만), 가락국수는 동네 분식집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역전 노점, 장터 한구석에서 후루룩 먹고 일어나는 바쁘고 활기찬 이미지가 떠오른다.


국물을 내는 방법도 가지각색이고, 올라가는 고명도 집집마다 다양한 가락국수. 기억 속의 가락국수는 우동보다 면발은 약간 가늘고, 국물은 잔치국수 같고, 단무지보다는 김치가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앗참, 그때는 편식하느라 김치를 먹지 않았지…….) OO리 우동집, 김밥OO 같은 체인점에서 우동을 시키면 나오는 그것에 가깝다고 할까.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아직 가락국수라는 이름으로 파는 곳이 일부 있다고 한다. 찾아보니 서울 시내에도 메뉴에 가락국수가 있는 식당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연휴를 맞아 주말에 어디든 나가서 국수 한 그릇이라도 할까 했지만, 결국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우동이 됐든 가락국수가 됐든, 밥 빵 면을 추종하는 탄수화물 중독자로서 언젠가 국수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당장 이번 주말부터 시작할까? 했더니 설 연휴……. 왕복 모두 매진이 안 됐을 리가 없지. 언젠간 먹고 말 거야. ㅠㅠ)

작가의 이전글 내가 살던 그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