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진정한 행복을 찾아서 _ 인도입성기

by 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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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를 뚫고 환희로]


새벽 4시. 콜카타로 향하는 스파이스젯에 올랐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 확연히 비행기에 오르는 사람들도 달랐다. 늘 나와 비슷한 동아시아 사람들만 봐왔는데, 이제는 이목구비도 훨씬 뚜렷하고 피부도 우리보다 까마잡잡한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돌아봐도 동아시아 사람은 나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인도인들의 큰눈으로 바라보는시선은 부담스럽게도 온통 나를 향했다.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았다.

잠이 쏟아지는 새벽녘이지만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 가슴속 한켠에 잠을 못 들게 하는 벅차오르는 무언가 있는 듯했다. 한 시간 정도 비행했을까. 서서히 일출이 시작됐다. 인도의 동부 벵골 주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감되지는 않았다. 말로만 듣던 인도 땅을 밟는다니. 배낭여행의 끝판왕이라는 그곳에!

인도 땅을 밟기까지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수많은 문제들을 둘러싸고 끊임없는 걱정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은 그저 기우에 불과했다. 남은 여행 자금 30만 원만 들고 인도에서 또 한 번의 사투를 벌여야 할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태국에서 인도 비자를 내주지 않아, 그 30만 원 마저 한국으로 돌아가는 티켓에 사용해야하는 불편함과 불운까지 직면해야 했다. 또 멈춰야 했다. 다른 이들은 계속 앞으로 전진했지만, 나는 멈춰야 했고 오히려 후퇴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여행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후원을 받으려고 클라우드 펀딩을 했지만 실패했다. 기업 후원도 실패했다. 돈이 없어서 남들만큼 보지도 누리지도 못 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여행의 모습이었다.

기존의 계획보다 4배나 많은 120만 원을 들고 인도에 입성했다. 휴대용 포토프린트도 생겼다. 그동안 사진을 데이터로 나눠오긴 했지만, 실물이 없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는 어려운 현지 아이들에게는 사진을 전달하지 못 했다. 이제는 직접 사진까지 뽑아줄 능력까지 생겼다. 렌즈도 두 개 뿐이었는데 태국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50미리 단렌즈라는 새로운 눈이 더해져 세 개가 됐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준비된 모습으로 내게 시나브로 다가왔다. 분명한 방향성은 그렇게 내가 필요한 수단과 방법들을 자연스럽게 채워나갔다. 나는 그저 나의 여행에 최선을 다하면 됐다.

누구에게나 두렵다는 인도다. 하지만 나에게는 환희와 같이 다가오는 나라였다. 그동안 동남아시아에서 겪은 마음고생들에 대한 하늘의 선물일까? 무전으로 떠난 세계일주, 동남아시아까지만 가도 무진장 감사했을 텐데, 하늘은 나에게 인도라는 두 번째 기회를 주었다.

나라별로 늘 테마가 있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뒤돌아 보았을 때,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테마가 하나씩 보였다. 인도 또한 테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이번에는 다를 때보다 여유가 있는 여행인만큼, 좀 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추구하는 여행이 되길 바랐다.

진정으로 행복하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 4개월간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왔고, 그 과정은 행복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행복에 대한 내 개인적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웠다. 행복은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나는 적어도 행복의 모양은 다를지언정, 행복할 수 있는 흐름은 누구나 비슷하다고 믿었다. 지구 상에 서로 다른 인류가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공유하는 공통 윤리 가치가 있는 것처럼.

그래! 결정했다. 인도에서는 행복에 대해서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담아내고, 표현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과연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그것을 과연 인도 땅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방향성이 정해지니, 가슴이 더 쿵쾅쿵쾅 뛴다. 인도에서 여행이 정말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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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붕괴]


이게 도대체 뭥미?


공항을 나서자마자 소위 멘붕이다. 극도로 습한 날씨에, 비까지 쏟아져 짜증지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거리에는 쓰레기 천지다. 도로에는 야생개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 종횡무진하고 있고, 100년 전 영국에서나 볼법한 노란 택시들과 탈탈거리는 오토바이 택시들이 함께 하모니를 내며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이 도시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전에 만났던 혼돈의 도시 베트남 하노이는 애교에 불과했다. 택시의 창문을 닫으려고 해도 닫을 수가 없다. 제길, 창문이 망가졌나 보다. 하긴 닫으면 습한 날씨 때문에 더 답답할 것 같다. 답답한 것보다 차라리 매연을 마시는 게 나으리라는 얼어죽을...콜록콜록! 낫기 뭐가 나아! 흑, 빨리 숙소로 가고 싶다.

사람의 힘으로 끄는 인력거도 보인다. 일명 릭샤(Rickshaw)다. 비인간적인 면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는 다 사라졌고, 현재는 인도 동부 콜카타에만 남아있다고 한다. 인력으로 끌어야 되기 때문에 힘이 센 장정들이 해야 할 것 같은데, 릭샤 운전수들은 죄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노인들이다. 가까이서 보니 릭샤와의 오랜 세월을 보여주는 듯한 잔근육들이 자글자글하다. 비가 와도 그들은 걸어야 했다. 한 손님 한 손님이 하루의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기 때문이다. 호객을 하는 그들의 목소리에서 절규 섞인 간절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차들이 쌩쌩 다니는 도로에서 릭샤는 너무나도 위험천만해 보인다. 타기에는 너무 무섭다.

가까스로 숙소에 도착했다. 고작 15킬로도 안 되는 거리인데 1시간 반이나 걸렸다. 안 그래도 밤샘 비행기를 타고 와서 몰골이 말이 아닌데, 창문도 안 닫히는 택시 타는 바람에 한 시간 반 동안 쫄딱 비를 맞고 매연까지 뒤집어썼다. 내 모습은 고작 몇 시간만에 완전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이제 고작 아침인데, 오늘은 도저히 돌아다닐 수가 없을 것 같다. 너무 피곤하다. 정신이 피폐해졌다. 인도라는 땅이 두려워 콜카타에서만큼은 괜찮은 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하루 800루피 (한화 약 13,000원) 짜리 호스텔 개인 룸을 숙소를 잡았는데, 정말 그러기를 백만 번 잘했다.

짐을 풀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 후, 바로 침대로 누웠다. 8시간을 내리자고 일어나니 어느덧 시간은 저녁 8시. 아 배고프다. 저녁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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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에서 자유롭기]


세수만 하고 밥을 먹으러 숙소 밖을 나섰다. 콜카타의 밤거리는 스산했다.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싸늘한 시선들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첫날부터 멘탈 붕괴인 상황인지라 멀리는 못 가겠다.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짜파티를 파는 집이 보여 그곳으로 들어갔다.

치킨 짜파티 롤이라는 음식을 주문했다. 짜파티는 밀가루를 반죽한 후, 화로 벽에 붙여서 구워 만들어 낸 빵이다. 그 안에 치킨과 양파, 갖가지 양념을 넣어서 만드는 롤 음식이었다. 가격은 50루피, 한화로 치면 750원 밖에 안한다. 완전 싸다. 근데 가까이서 만드는 모습을 보니 심상치가 않다. 제대로 청소도 되지 않은 것 같은 비위생적인 테이블 위에 짜파티를 올려놓더니, 아무 장갑도 끼지 않은 채로 치킨과 양파를 손에 꽉 쥔 후, 짜파티 위에 토핑을 한다. 예전에 누가 인도에 가면 만드는 과정을 절대 눈으로 보면 안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아 괜히 봐버렸다. 이걸 어떻게 먹지.

아무리 저렴하다지만, 저걸 어떻게 먹어. 손에 뭐가 묻은 지도 모르는 데 괜히 먹었다가 인도에 오자마자 장염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됐다. 인도에 오니 마주하는 것마다 다 당혹스럽다. 인도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수많은 편견 속에 사로잡혀 있는지, 뭐 하나 시도해보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가 않는다. 그래도 먹고살아야 하니 한 움큼 베어 먹었다. 오 생각보다 맛이 좋다.

콜카타에서 4일간 머물면서, 나는 이 짜파티 집을 매일 찾았다. 여기만큼 맛있는 곳을 주변에서 찾기가 어려웠기도 했지만 주인이랑 그 사이에 정이 들어서다. 친해지니까 콜라도 공짜로 하나 주더라. 그렇게 짜파티를 몇 번 먹고 나니, 어느 순간 더러울 것이라는 편견도 사라졌다. 도착하자마자, 나에게 멘붕을 가져다준 콜카타였지만, 그래도 썩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인도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있었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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