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인도의 기차

by 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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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클래스]


콜카타를 떠나 바라나시로 간다. 악명 높은 인도의 기차를 타고 간다. 다행히도 중국인 동행이 생겼다. 덕분에 짐 가지고 화장실 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소한 거에 참 마음이 평안을 얻는다. 이런게 행복인가.

여행자금은 여유가 있지만 초심을 잃으면 안 되기에 가장 저렴한 기차를 예약하려고 했다. 앉아서 18시간을 가야 하는 입석 좌석을 알아봤다. 하지만 무슨 행사기간이라며 매진이란다. 그다음 싼 가격의 열차를 알아봤다. 슬리퍼 클래스라고 하는 침대칸 열차였다. 입석을 각오하고 온 인도 여행인데, 처음부터 너무 호화스럽게 다니는 게 아닌가. 하지만 이것보다 싼 열차 티켓이 없다.

가격은 530루피로 한화로 약 8,000원 수준이다. 18시간 열차 치고는 아주 저렴한 가격이다. 열차 티켓이 없어 따깔 (특별열차)로 끊어서 평소보다 200루피 (3,000원) 비싸게 사서 그런지 비싸게 느껴진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사람의 적응력은 이토록 무섭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국 돈 100원으로 치졸한 기싸움을 이어간다.

침대칸 열차라고 해서 전에 베이징-홍콩 간 열차를 탔던 그런 열차를 상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씻지 않은 매트와 인도인들의 체취가 뜨거운 열기와 연합하여 나를 격하게 환영한다. 자리가 없어서 3층 제일 꼭대기로 배정받았다. 옛날부터 침대칸 열차 3층을 너무나도 싫어했다. 에어컨도 너무 세고, 화장실 왔다 갔다 하기도 너무나도 불편했거든. 3층은 안 좋은 밑의 공기가 다 올라오기 때문에 또 무척이나 답답한 곳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선풍기라고 있어서. 투덜투덜 거리며 몇 시간을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잠도 못 자고 뒤척였다. 하지만 얼마 후, 3층에 배정된 것이 신이 나에게 준 축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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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벽력, 오렌지 군단의 기습]


시간은 어느덧 자정에 이르렀다. 열차 내부도 모두 소등을 했다. 사람들이 잠들기 시작한다. 말을 안 하기 시작하니 갑자기 위 공기가 쾌적해졌다. 냄새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밤공기가 휘몰아치며 차내의 공기를 순화시킨다. 아 이제 좀 잘만 하겠다.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나 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차가 멈췄다. 또 어느 역에 잠시 정차를 하나보다. 바깥이 시끄럽다. 이번 역은 손님이 많은가 보다. 잠결이지만 내 귀는 여전히 민감한가 보다. 갑자기 밑에서 우글우글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타니까 시끄럽겠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열차가 떠나지 않는다. 환호성이 섞인 비명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우직 쾅쾅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갑자기 내 침대 위까지 손이 뻗쳐 올라온다. 땀으로 범벅된 손이 갑자기 내 침대를 잡아 깜짝 놀라 발로 밀어 버렸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밑을 바라봤다. 엄청난 인파가 객실 내에 넘쳐들었고, 그 광경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을 방불케 했다.

갑자기 내 침대까지 올라오려고 시도한다. 나는 욕을 하며, 내 자리를 사수했다. 욕을 하고 밀어내도 막무가내다. 그래도 3층이라 높아서 그런지 몇 번 시도를 하더니 체념을 하는듯하다. 1층 2층에 있던 손님들은 다 자기 자리를 빼앗겼다. 1/3 정도의 자리를 오렌지 옷을 입은 괴상한 사람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같이 있던 중국 친구들은 두려워 떨었고, 현지인들은 원래 자주 있는 일인지 그들의 자리를 양보하며 그 좁은 침대를 공유했다.

알고 보니 이번에 바라나시에서 힌두교 축제가 있다고 한다. 이들은 전국에서 바라나시를 가기 위해 몰려든 순례자들이었다. 매년 이 맘 때쯤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순례자들 때문에 늘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 기간에는 1,2,3 등석을 제외한 모든 열차 칸은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입석을 제공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난리 법석이 났던 것.

출퇴근 시간 꽉 찬 서울 지하철 2호선과 같은 기분으로 8시간을 내리 달리더니, 서서히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한다. 곳곳에 빈자리에 밤을 지새운 순례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눕기 시작한다. 나도 언제 어떻게 내 자리를 뺏길지 몰라 잠을 이루지 못해, 해가 뜨는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5시간을 더 달렸을까. 신이 인도에게 내린 축복, 갠지스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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