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불편하고 힘겨운 고산지대를 넘으며

by 폴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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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고산지대


해발 3,000미터가 넘어가면서 점점 초목이 사라지고 민둥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산세도 점점 비범해지기 시작하면서 제법 히말라야 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세하지만 산소도 조금씩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걸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점프를 하거나 뛰면 아랫동네보다는 확연히 힘들다는 것이 느껴졌다. 하늘에 가까워져서 그런지 자외선도 유별나게 강하게 느껴졌다. 살이 뜨거운게 아니라 따끔따금하다.

갑자기 주변의 모든 풀들은 다 뜯어먹었을 것 같은 수백마리의 양들이 떼를 지어 몰려왔다. 웬만하면 피해서 지나가겠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어서 얌전히 구석에서 차를 세워두고 양떼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모두가 무서워 차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지만 이 순간을 꼭 자동차와 함께 담아두고 싶어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 그야말로 장관이었고 이런 장면을 담을 수 있어 참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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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불편한 길


레로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델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 또 하나는 나처럼 마날리로 이동해 육로로 이동하는 방법이다. 비행기로는 편도 15-20만원 정도만 내면 한 시간만에 편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갑작스럽게 고산지대를 올라가는 것이라 고산증세에 약한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다. 몇몇 여행자들은 실제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2-3일간을 숙소에서 누워만 있었다.

육로로 올라가는 방법은 비행기보다 훨씬 불편하다. 델리에서 마날리까지 18시간, 마날리에서 레까지 평균 24시간을 가야하니 최소 42시간을 가야한다. 그것도 고속도로를 달리는 게 아니라 낭떠러지 사이로 나있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온몸이 디스코를 추어야 한다. 하지만 비행기와 반대로 고산지대를 적응하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고산증세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시간이 여유롭다면 나는 육로로 올라가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왜냐하면 라다크의 진정한 멋은 레라는 마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라다크까지 가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기암들 뿐만 아니라 힌두교의 뿌리인 갠지스(강가)의 발원지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레에서는 볼만한 경관이 별로 없다. 판공초, 초모리리 등 유명한 경관은 대부분 차로 8시간 이상 이동해야할 때가 많다. 어차피 불편함을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세상은 불편해서 문제가 되기 보다는 너무 편해서 문제가 될 때가 많다. 편한 것들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편한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있다보니 편한 것을 누리면서도 불편하다고 불평할 때가 많다. 편한 것들보다는 불편함이 우리에게 더 많은 추억을 준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기억을 잊을 수 없고, 여자들은 출산의 기억을 잊을 수 없듯이. 추억이 많은 사람은 할 이야기가 많다. 할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한다. 자신을 잘 표현할수록 행복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추억이 무조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편한 인생보다는 추억많은 삶이 조금 더 보람차고 재밌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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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여행사에서는 레까지 약 24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길이 좋지 못해 날씨 상황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각기 다르다고 한다. 운이 나쁜 사람들은 폭우를 만나 쏟아져 내려온 토사로 인해 길이 막혀 몇시간을 꼼짝못할 때도 있다고 한다. 빨리 올라간 사람들은 20시간, 어떤 사람은 38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약 15시간 정도를 달려왔지만 현재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유심카드가 있었지만 라다크를 진입하는 순간부터 인터넷은 먹통이 되었다. 아이폰 어플로 간신히 해발정도만 알 수 있는 정도였다.

드디어 간판이 나왔다. 레까지는 251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었다. 충격이었다. 이제 고작 절반도 못 왔다니. 그럼 아직도 15시간을 더 가야한다는 뜻인가. 한국에서 251km는 3시간이면 가는 거리인데, 라다크에서는 40km만 된다고 해도 2시간 이상을 가야하기 때문에 공포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아이폰으로 해발을 확인해보니 해발 4,000이 넘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고산증세가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점이 나왔고 잠시 쉬었다가기로 했다. 차를 내리니 머리가 핑 돈다. 차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걷기 시작하니 확실히 해발 2,000과는 확연히 차이가 느껴졌다.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가 배가 고프다. 라다크의 라면, 메기를 주문했다. 나름 고산지역이라고 아랫동네보다 비싸다. 그래도 말도 안되게 저렴한 인도물가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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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스팔트 도로


"이제 레로 가기 전, 가장 높은 지역을 지날 겁니다."

해발 5,000을 넘는 지역이었다. 내가 살면서 이렇게 높은 지역을 올라와 본 것은 비행기를 탄 이후로는 처음인 듯. 눈이 녹지 않는 만년설이 눈앞에 보이는 것을 보니 확실히 높기는 높은가 보다. 외부 온도도 8월 여름, 영상 1도를 가르키고 있었다. (같은 시간, 델리는 45도, 마날리는 18도였다) 내려보고 싶었지만 숨이 넘어가면 어떡하나 무서워 그냥 지나쳤다. 운전기사 말로는 이 지역만 지나면 포장도로가 나와서 속도를 낼 수 있어 남은 거리를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포장도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아스팔트도로예요. 여기 직선코스만 지나면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습니다."

20시간 가까이를 댄스를 추면서 차를 타고 와서 그런지 덜컹거리지 않는 아스팔트 길이 천국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우리나라의 국도보다도 못한 수준이었지만, 편안한 도로 덕분에 긴장이 풀려 잠이 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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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 라다크 통행세


저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했다는 생각에 설렜지만, 통행료를 받는 간이 톨게이트였다. 말이 톨게이트지 두 명의 현지인들이 여행자들의 신분을 일일히 확인하고 기록하며 통행료를 받고 있었다. 라다크를 비롯한 잠무 카슈미르 지역은 여전히 파키스탄, 중국과 전쟁중인 접경지역이고 환경보호차원에서 여행자들에게 세금을 받는다고 한다. 당시에는 인터넷에 검색도 되지 않고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잠깐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이지만 예상에 없던 돈이라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워난 인도에는 워낙 사기가 많으니까. 하지만 시간을 더 지체하면 숙소를 찾을 때 고생을 하게 된다. 통행세를 빨리 내버리고 발걸음을 재촉였다.


사진 / 글 폴작
작가블로그 walking-studio.com
작가인스타 @walking_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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