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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거닐다 Apr 15. 2019

내가 지고 갈 삶의 무게

I. 떠나기 전

장기 여행 짐 싸기를 해보면 많은 것을 느끼게 된다고 들었고, 직관적으로도 그러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실제로 짐을 싸 보니 정말 삶과 연결되는 지점이 많았다. 머리로 생각하고 느끼고 받아들였던 것과 몸으로 실제 해 보며,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정말 다른 듯하다.

배낭을 사고 총 5번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자동적으로 내가 짊어지고 가야만 할 것,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 포기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결국에 귀결되는 것은 '불안' '욕심'이다.
이게 필요할 수도 있는데, 없으면 어쩌지?
이 정도는 있어줘야 하지 않나?
그러나 바리바리 챙기다 보면 몸이 고될 것이다.
결국 인생도 불안과 욕심을 버리면 편해지는 것일 텐데...


나름 단출한 짐 챙기기 달인이라고 자부했던 나인데, 오랫동안 낯선 장소로 가서 산다는 점과 계절이 여름, 가을, 겨울이 다 끼어 있다는 점, 그리고 중간에 트레킹이 있다는 점 때문인지 단출한 짐 싸기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여러 번 풀고 싸고를 반복하면서, 겨울옷은 포기했다. 아마 12월이나 1월쯤 인도에 가면 추워질 텐데, 있는 옷을 껴입거나 현지에서 옷을 사 입는 것으로 결정하고, 여름옷과 가을 옷은 각각 티셔츠 3개와 바지 2개 정도만 챙겼다. 가서 패션쇼할 것도 아니니까. 모기퇴치 스프레이는 2개를 샀는데, 1개만 갖고 가기로 했다. 샘플들이 있길래 넣었던 바디로션도 빼기로 한다. 이런 건 한국에서도 잘 안 바르잖아!! 집에서도 안 하는 걸 밖에서 하겠어?


결국 부피와 무게를 많이 차지한 것이 등산복과 등산스틱인데, 중국 호도협 트래킹과 네팔 안나푸르나 트래킹이 있어서 빼기가 어려웠다. 너희들은 나와 함께 가자구나.

사람들이 침낭이 필요하다고 했으나, 이것도 정 필요하면 네팔 가서 사거나 대여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현재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을 굳이 한국에서 사갈 필요는 없는 듯하다.

전자기기는 넷북과 e북리더기, 카메라, 휴대폰인데, 무게가 좀 되지만 나에게는 빼기 어려운 아이들이다.

이 정도 챙기니 큰 배낭은 14kg, 작은 배낭은 3kg.
이게 내가 포기할 수 있는 선에서 짊어지겠다고, 감당하겠다고 결정한 무게인 것이다. 그만큼 몸이 고되다면, 그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할 몫인 게지.


처음 가방에 넣었던 것들.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겨울옷과 몇 가지 물품이 빠졌다.


여행용 수납팩인데, 꽤 편리하다. 장기여행자들과 출장자들에게 추천. 당시에는 처음 나와 힙한 아이템이었는데.. 요즘은 여러 브랜드에서 판매되고 있음.


겨울옷은 이렇게 압축팩을 이용해 부피를 줄이고자 했는데, 최종 짐에는 빠졌다.


배낭 살 때, 등산용품점에서 준 수납백. 잡동사니 구분해서 넣을 때 좋다.


오늘 아침에 찍은 최종 짐.  잘해보자 얘들아~~



이렇게 당시에 짐을 싸갔는데,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 가방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도 나름 많이 줄여서 짐을 싸긴 했었지만, 지금 다시 같은 일정으로 간다면 5Kg 내외로 쌀 수 있을 것 같다. 더 단출해진다면 빨간 작은 가방 하나만 메고도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옷이든 세면도구든 신발이든 다 현지에서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면, 경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해서 바리바리 챙겨가지만, 그 불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해 보니, 괜찮다'라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심리상담치료에서도 어떤 종류의 불안이든 불안을 완화시키고 조절하기 위해 여러 단계, 여러 방법(정서의 자각, 고조된 정서의 완화, 비합리적 신념의 제거 등등)으로 치료를 하지만, 최종단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은 결국 '실행'이다. 불안을 일으키는 것에 직면하고 실행하여  그것이 생각만큼 어렵거나 고통스럽거나 대단히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소 경험해야 불안이 완화되거나 조절될 수 있다.

삶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이나 욕심도 그것들에 직면하여 경험을 하고, 그것들이 별거 아니구나 느껴야 완화가 되고 포기가 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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