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May 09. 2024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

자궁 내막 검진 결과 자궁에는 이상이 없고 호르몬의 이상으로 난소 기능이 저하되어 난소 나이가 50세라고 합니다. 38살에요. 자녀 계획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험관을 통해 수정란을 냉동시켜야 한다는 의사선생님 말에 머리가 멍해 졌습니다. 동네에 지나가는 아가를 보며 ‘귀엽다… 나도 아기가 있었으면…’ 하다가도 강아지 한 마리 키우기도 어려운 현실에 마음을 접기를 반복하는 세월을 보냈었어요. 남편을 한번 쳐다봐도 ‘저 사람이 과연 육아를 잘 해 줄까?’ 생각해 보면 독박육아가 눈에 훤히 보입니다. 시댁과 친정은 아예 도움을 받을 만한 상황도 아니고요. 이런 저런 생각에 아이 없이 살아 왔었는데 막상 폐경이 가깝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납니다. 결과지를 손에 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나, 한번에 전화를 받지 않았어요. 이렇게 내 삶이 지나가는 건가 싶었습니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데 안 낳는 것과 아이를 낳을 수 없어서 안 낳는 것은 확연하게 제 마음에 큰 차이를 느끼게 했습니다. 아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 저는 이런 감정이 혹시 내가 늙어 간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인가?를 생각해 봤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도 38살, 새파랗게 젊은데 호르몬과 난소 때문에 벌써 이런 걱정을 한다고요? 제 호르몬은 왜 이상해 졌을까요? 유튜브를 보아도 이유를 알 수 없다가 결론이네요.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버텨온 시간 때문인지, 끼니를 아무거나로 때운 것 때문인지, 일에 치여 운동을 못한 것 때문인지… 살려고 다 이러는 건데 어떡하라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난소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몇달 전부터 음식과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월 말이면 잦은 출장 때문에 친정에 맡겨 두었던 밥풀이도 다시 집으로 돌아 오고요. 어떻게 하면 직장도 다니고 운동도 하고 밥풀이도 잘 돌보아 주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