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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현 Nov 06. 2023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명회 어땠어?”


“야, 정말 원장이 빅픽쳐가 있어.”

“그래?”

“입시를 준비하는 거 어렵게 생각할 게 없대. 특목고 준비를 해 보면서 되든 안 되든 입시를 먼저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영리하게 하면 된대.”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에게 입시라는 것은 실감은 나지 않지만 

왠지 너무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영역이다. 

언론에 '교육'이 들어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특히나 정책이 바뀌고 새로운 의견이 나올 때마다

뭔지 모를 저항감과 불만이 차오른다.


그리고 멀리서 나마 상상해 본다. '우리 애 갈 때는 제발 안정되었으면.....'



너무 쉽게 입시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하는 그 학원 원장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또 불만이 차오르는 나다. 

특목고 입시는 쉬울까? 학원에 돈을 얼마를 갖다 줘야 특목고 입시를 경험할 수 있을까? 고입 자소서를 쓰는 건 어떤 세상일까? 열심히 경험만 하고 합격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은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나도 늘 생각해 왔다. 경험에 돈이 좀 많이 들면 얘기가 달라진다. 


-책을 많이 읽혀라.

-시기에 맞는 학습을 시켜라.

-영역을 넘나드는 생각의 확장을 해줘라.


최근 내가 다녀 본 설명회에서 공통적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아직은 고등학생이 아니라 전형 자체를 분석하는 설명회는 거의 없고 커다란 맥을 잡아주는 설명회들이 대부분이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특목고 입시인데 또 책을 잘 읽어? 책만 잘 읽으면 다 성공하나?'

나는 책을 별로 안 읽던 학생이었다. 대학 가는 건 또 별개로 간다. 물론 책 많이 읽으면 더 수월할 수 있겠지. 


내 앞에서 수없이 무너졌던 학생들, 속 빈 강정 같았다. 그럴싸한 이야기와 주제를 가져와서 

자신의 진로와 전공에 대해 처음에는 설명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할수록 

딱히 본인도 뭘 하려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아이 대신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달려들었던 학부모들,

수시 접수가 진행되는 9월이 다가오자 정시준비도 해야 하고 수시준비도 해야 하는 아이가 짠하고 안쓰러워

조금이라도 일을 줄여주고자 어머니가 직접 아이의 자소서를 쓰시던 분도 계셨다.

나는 3번이나 그 어머님을 상담해 드렸다. 좋은 인품의 어머니셨는데 그때보다 지금 조금 더 많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최고의 결과물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의 시간을 위해 기꺼이 본인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내가 아이를 가장 잘 아니까. 나도 아이의 영어학원 숙제를 해 준 적이 있다.  


엄마와는 대화도 하지 않는 아들과 함께 컨설팅을 받으러 왔던 모자지간.

엄마는 갑오개혁 시대 이야기를 하신다. 아이는 요즘 학교에서의 분위기를 이야기한다. 

엄마와 아들은 동시대 사람이 아니다. 접점이 없다. 하지만 부모니까 이 길이 맞다며 아이에게 강권하신다. 그럴수록 아이는 등을 돌린다. 


여러 모습이 스쳐간다.


- 책? 책을 읽을 시간이 어딨어? 학원 다니고 숙제하기 바쁜데. 수면시간도 모자라서 키가 안 크겠다.


- 시기에 맞는 학습? 지금 선행 얼마나 달리는데 나 혼자 적시교육만 해서 될까? 동공지진. 내 아이 머리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좀 더 빨리 갈 수 있다면 굳이 안 갈 필요가 있나.


- 융합형 인재로 키워야 한다? 미안, 나도 문과형이라. 


그러나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상에 앉아

우리 아이가 대한민국 입시에서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차분히 정리해 본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저자는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이고

과거 대학에서 입시 관련업무를 하였고

대치동에서 컨설팅도 했다.

그리고는 한참 쉬었다. 잘 쉬었다. 맛있었다.


아직은 시간이 남았지만

내 아이가 영향을 받을

2028 대학입시제도 시안이 발표되었다.

아무래도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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