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집에 다녀가시는 택배 기사님들을 위해 문 앞에 비타민 음료랑 약간의 과자를 준비해 두신다.
택배의 시대.
무거운 짐을 매일매일 배달해 주시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마음.
우리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실행에 옮기는 건 다른 일이지만.
드시고 힘내시라는 메시지와 함께 두는 과자와 음료들은
옆 집에 오는 꼬맹이들도 조금 가져가는 것 같고
엄마집에 택배가 없을 때에도 사라지는 걸 보면
같은 층을 다니시는 택배 기사님도 가져가시는 것 같다.
누가 가져간다 한들 그래도 다 좋다. 그러려고 엄마는 그곳에 둔 것이니까.
한 분, 내가 좀 마음에 들지 않는 한 분만 빼면
가끔 시키는 과일 택배가 있는데 그 택배 기사님이 다녀가면
통에 들어 있는 과자와 음료수가 거의 남지 않는다.
비타음료 여러 병, 물, 과자, 초콜릿 모두
사탕은 안 가져가신다.
그렇게 몇 번을 겪으면서 처음에는 "어머? 금방 통이 비었네?" 했던 엄마도
그 택배가 다녀가면 통이 빈다는 것을 아시게 되었다.
불가피하게 이번에도 나는 과일택배를 엄마네로 보내게 되었다.
그 기사님이 오실게 분명한 택배지만 과일이 맛있는 걸 어떡하지.
엄마에게 카톡 했다.
'엄마, 나 과일 보냈으니까 과자 같은 거 좀 치워놔. 꽉 채워두지 말고.'
'요즘은 안 그래도 많이 안 채워놨어.'
다음 날, 과일이 잘 도착했다며 답장이 왔다.
그리고는
'과자랑 음료수 채워뒀더니 사탕 빼고 다 가져갔더라.'
아. 뭔가 속이 불편해졌다. 나이가 많으신 분일까? 괜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기분 좋으라고'
엄마가 마저 카톡을 보냈다.
그 기사님 오랜만에 우리 집에 택배 와서 기분 좋으시라고 음료수와 과자를 채워놨다고 했다.
아침에 감성이 돋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100년을 살아도 누구로부터도 배울 수 없는 걸
엄마를 보면서 배울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