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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현 Mar 20. 2023

3I의 1박 2일 제주여행

호캉스와 비슷한 콘셉트로 제주여행을 떠났다. 하루짜리 짧은 제주여행. 


금요일 밤에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김포공항으로 가서 9시 10분 출발 비행기를 탔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는 밤낮없이 만석. 

천장에서 내려온 작은 모니터에 상영되는 '알라딘과 요술램프'를 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무려 샌드아트로 그려지는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선명한 3D보다 더 집중되는 이 기분. 


비행기에서 내려 렌터카를 빌리고 나니 이미 10시 40분이 넘었다. 

우식이는 이미 지쳐버렸다. 렌터카에 쓰러져 잠이 들락 말락 했다. 


"우리 고기국수 먹어야 해. 특별히 새벽 2시까지 하는 집으로 알아뒀단 말이야. "


남편은 이 여행에 진심이다. 내 남편은 I이지만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는 STP이다.

우리는 고기국수를 먹으러 갔다. 안 왔으면 어쩔 뻔. 식당에는 사람들도 꽤 많았고 고기국수에 들어있는

돼지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다. 우식이도 한 그릇 뚝딱. 


12시가 다 돼서 호텔에 체크인을 하러 들어가니 사람 한 명 지나다니지 않았다. 

깨끗하고 보송한 방은 언제 만나도 개운하지. 

고기국수의 여운이 남아 각자 원하는 과자를 하나씩 사 왔다. 

치토스. 새우깡. 오징어집.

짠 게 당기는 중이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호캉스에서 처럼 조식을 느긋히 먹고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가운을 입고 수영장에 가서 두 시간 남짓 물에서 한참을 놀고 

리조트 안에 있는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다. 이곳은 신화월드. 대륙의 맛을 느껴본다. 


이제 4학년이 된 우식이는 롤러코스터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겁보이지만 허세를 갖고 있는 우식이. 롤러코스터를 꼭 타겠다고 했다. 

남자는 이렇게 성장하나 보다. 겁을 넘어선 허세로. 



360도 거꾸로 매달린 놀이기구에서의 우식이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놀란 눈에 

벌겋게 달아오른 두 볼까지 

이렇게 재밌는걸 옆자리 앉은 나만 보다니! 너무 아쉽다. 



그리고는 제주에 온 우식이의 유일한 목적인 흑돼지고기를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다소 늦은 점심. 식당엔 우리뿐이었다. 말도 안 돼 게 살코기가 입에서 녹았다. 

삼겹살도 아닌데 이게 이렇게 부드럽다고. 제주는 정말 돼지전문가다. 



초딩이지만 엄빠의 니즈에 맞춰 카페에도 잘 가주는 우식이와 커피 한잔하고 

급하게 바다 보고 

바람이 너무 심해서 바닷바람 맞은 뒤 셋다 졸음이 몰려와 잠시 차에서 쉬고 

바로 공항으로 가긴 아쉬워 야시장을 들러본다. 


이번 일정 다 좋았는데 

야시장. 사람이 너무 많고 주차도 쉽지 않고 막상 서서 먹을만한 음식은 별로 없는데 

앉을 테이블은 없다. 

입 크기보다 더 큰 주먹밥, 통오징어 튀김, 여러모로 둘둘 말아서 안에 맛있는 것을 넣은 형태이긴 한데 

둘둘말은 크기가 입에 도저히 쏙 들어가질 않는다. 질질 흘려가며 손으로 반을 붙잡고 먹으려니 온 손이 

소스 범벅이 되었다. 



아. 이동. 그냥 이동.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서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자 했으나 

역시 제주의 공항은 제주행 비행기처럼 만석.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리가 이 여행에 꽤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공감하며 

그 이유를 생각해 본다. 


우리는 집에서 쉬어야 하는 I들이고 

끝이 금방 보이는 시간 안에서 어느 일정 하나 오버타임 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내고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두 성인이 한 아이를 그걸 좋아하게 키운 것 같기도 하다. 


24시간짜리 여행의 끝에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집이 보이자마자 미소가 번진다. 



아. 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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