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이지 못한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좋은 동네 엄마들이 몇 분 계시다.
이곳에 와서 모든 것이 낯선 나와 커피 한잔 하자며
아이를 등교시키고는 이른 아침부터 약속을 몇 번 잡았다.
이른 아침 엄마들이 갈 수 있는 장소는 몇 군데 없다.
11시나 돼야 여는 브런치 가게들.
일찍 여는 커피숍 몇 군데가 우리가 가진 옵션이다.
하지만 아파트 옆에 아파트가 있는 우리 동네는,
커피숍이 많지가 않다.
대단히 신축이 아니더라도 요즘은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커뮤니티를 갖고 있는 아파트가 많아진 탓이다.
특히나 신축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갈 때면 '우와'를 연발하는 나를 발견한다.
핫도그도 팔고 작은 피자도 팔고 스무디음료수도 있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편안한 소파, 널찍한 공간까지 사실 커피숍 보다 여기가 더 좋다.
이른 아침 방문한 커뮤니티에서 나는 오늘도 공짜 커피를 마신다.
심지어 맛도 꽤 좋다.
아파트 주민만이 관리비로 커피값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인인 나는 커피값을 낼 방도가 없다.
꼭 돈이 아닌 것처럼 '삐빅' 하고 터치하면 계산되어 버리는 커뮤니티 커피숍에서
연거푸 몇 번이나 커피를 마시고 오니 점차 미안해진다.
우리 아파트에는 커피를 파는 곳이 없다.
커뮤니티는 있다. 운동을 할 수 있고, 운동을 할 수 있다.
아파트 단지가 작다 보니 사람을 고용해서 운영해야 하는 커뮤니티는 무리인 것 같다.
이제야 왜 커피를 마실 공간이 없는지 깨달았다.
김장한 김치를 나눠먹거나 우리 집에 아무 때나 놀러 오라는 오픈된 마음은
2023년에 모두가 갖춰야 하는 덕목은 아니다.
김치는 사 먹고 만남은 커뮤니티에서 한다.
학창 시절 영어시간에 배운 community라는 단어가 참 어려웠다.
도무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학연과 지연이 있는데 커뮤니티라니.
동창과 본관이 있는데 커뮤니티라니.
세상이 후루룩 바뀐 것 같다.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눈치조차 채지 못하다가
모든 것이 다 바뀌고 난 뒤에야 뒷북 중.
저는 불러주시면 언제든지 커뮤니티에 커피 마시러 갈 준비가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