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운동다운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의 80%는 운동을 하지 않았다.
나에게 운동이라 함은 건강보다는 살이 올랐을 때? 하는 일.
하지만 40대로 접어들며 그것은 나의 호기로운 20대 운동선호도였고
잠을 자고 일어나기만 했는데 목이 안 돌아가는 걸 느끼며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는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몇 년 전에도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었다.
동네에 있는 구청에서 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시작으로 재미를 붙여
6:1 그룹 수업을 다니며 선생님과 호흡을 맞췄다. (그때 우리 선생님 참 좋으셨다. 진심으로 회원님의 몸을 돌봐주셨다.)
구청에서 하는 필라테스 수업은 무려 25명~30명 가까이 되는 주민들이 선생님 하나를 바라보고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 이 모습 마치 에어로빅.
나 때는 말이지,
필라테스를 그렇게 해도 되는 줄 알았다.
대학에서 일할 때는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는 대신 주 2회 교내 필라테스 수업을 들었는데
이때도 안 돼도 15명 정도 함께 수업을 들었다. 그래도 팔 뻗거나 다리 뻗었을 때 서로 닿지 않았으니
구청 수업에 비하면 양반이다.
그러다가 필라테스 열풍이 시작되어 동네에 필라테스 전단지가 난무하기 시작.
집과 가까운 곳에 스튜디오에서 하는 프라이빗 수업이 있었는데 가격이 사악하여 다니지 못하고
길 건너 그룹수업을 하는 필라테스 스튜디오에 등록했다.
내 인생 처음으로 '기구필라테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재활을 위한 운동인 필라테스는 뒤틀어진 나의 척추와 골반비대칭에 큰 도움이 되었고
꾸준히 하다 보니 화가 잔뜩 나 있던 승모근도 좀 가라앉았다.
다이어트는 되지 않았지만 늘 필라테스에서 강조하는 '선 정리'가 되시고요~ 의 느낌을 알 수 있었다.
울퉁불퉁했던 허벅지라인이 조금은 매끈해졌다. 가늘어진 건 아니고.
그러다가 여차저차 수업을 쉬게 되었고
목이 안 돌아가고 두통이 시작된 나는 다시 필라테스 수업을 알아보는 중이다.
그런데 세상이 바뀐 모양이다. 인터넷으로 찾아서는 수업비용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힘들었다.
네이버를 통해 예약을 해야 체험수업도 아니고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 침착하자.
안 그래도 아는 사람 만나는 것도 기가 빨리는 내향적 인간인데
운동을 위해 넘어야 하는 산이 이렇게 높다니.
하지만 몸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기에 이번에는 과감히 손가락을 놀려 예약을 감행했다.
화요일 5시 상담 예약
수요일 3시 상담 예약
하루에 두 개를 상담할 자신 왜 없는 거니?
요즘은 국제 필라테스 자격증의 유무나 필라테스 기구를 생산한 회사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나 보다. 궁금하지도 묻지도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었다. 아무래도 강사들이 많아지면서 잘 가르치는 강사의 기준을 가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고 이는 결론적으로 시간당 7.5만 원이라는 가격에 도달했다.
사실 이것도 8.8만 원인데 30회를 한 번에 끊었을 때 저 가격에 할 수 있었다.
나는 하루 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시간당 비용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아이 학원비는 시간당 얼마인지, 그리고 예전에 내가 프리랜서로 했던 일은 시간당 얼마였는지를 계산해 보았다.
다른 엄마에게 물어보니 병원비 대신 낸다고 생각하고 다니라고 이야기해주는 분도 계셨고
나와 같은 마음으로 7.5는 좀 세네요 하시는 분도 계셨다.
사실 그룹레슨을 찾아보면 시간당 2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도 할 수 있는 수업들도 있었다.
하지만 내 목을 위해 맞춤형 수업을 듣고 싶었을 뿐.
이럴 땐 하늘에서 내 운동비만큼이라도 내려주었으면 좋겠다.
마음도 몸도 편한 1시간의 운동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오늘 상담을 하나 더 다녀와봐야겠다.
사진출처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