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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유현 Mar 27. 2023

예약이 안 되거나 합격이 안 되거나

"내가 돈을 내도 학원을 다닐 수 없다니까?"


라고 불만을 토로하던 시절이 있었다. 


"예약을 해서 시험을 봤는데 떨어져서 학원에 다닐 수 없어. "


우리 애가 그렇게 부족한가? 고민하던 시절도 있었다. 

이 고민은 아직 안 끝난 것 같긴 하지만. 


학교알리미를 보며 관심 있는 아파트에서 배정되는 초등학교의 학년별 남녀 분포를 확인해 본다. 

"어머, 여기는 4학년까지는 내내 남학생이 많다가 5학년부터는 여학생이 갑자기 많아지네?"


"응. 여기 중학교가 여중이 유명하잖아. "


이미 명백한 시그널들이 깔린 시대에 살면서 그것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길을 가는 것도 

아무것도 모른 체 가는 것과 상황을 읽어내며 가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불만을 멈춘 이유는 

불만을 토로해 내는 시간 동안 내 아이의 아까운 시간도 흐르고 있었고 

결정을 미루는 것이 나의 선택을 더 불리하게 한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수 없이 많은 유니콘 같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구전되는 학구열 높은 동네.

2학년 까지는 영어를 끝내야 한다더라. 3학년부터는 수학에 올인해야 한다더라. 

그 학원은 스피킹만 좋고 저 학원과 이 학원을 병행하면서 균형 있는 학습을 하는 것이 좋다더라. 


이런 이야기들이 나도 편하지만은 않다. 그렇지 않은 나의 상황을 빗대어 볼 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다는 감정이 들어서 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잘하고 있고 내 아이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믿으려고 한다. 

아이가 가야 할 길을 카더라 정보에 의존해서 결정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다라고 위로해 본다.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멀리는 고등학교까지 생각해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지만 

이곳에 와서 만난 다른 엄마들은 중학교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기준은 참 상대적이다. 

여기 와서 몇 년 지내다 보니 나도 조금은 그 엄마들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이왕이면 조금 더 학업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아이를 보내고 싶어 이곳에 온 내 마음과 다를 게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할 수도 있다. 

좋은 환경에서 엇나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인간을 키우고 있는 내가 하는 일들이 결과를 컨트롤할 수 없기에 대충 해도 된다고 한다면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할 수 있는 선에서 한 번 해 보면 되지. 미련이 남으면 안 돼도 조금 더 노력해 보고 

정말 안 되겠으면 다른 선택을 또 해보면 되지. 

부모도 자식처럼 여러 가지 작은 시행착오에 직면하면서 더 큰 관문에서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현실적, 정서적 쿠션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너만 할 때 다 지내봤어.'라는 말로 2023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때도 챗GPT가 있었고 일론머스크가 우리를 다행성종족으로 생각하며 로켓을 만들려고 했던가? 



 이 시대의 혼란과 변화의 거대한 흐름위를 기꺼이 서핑해보고자 하는 마음이면 

 우리가 간 길도 또 다른 좋은 길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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