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을 들으며,
오랜만에 김현식을 듣는다. 실은 유명 가수 모창자들이 경합하는 모 프로그램에서 김현식 편이 진행되는 걸 우연히 보고는 잊고 있던 그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그이가 없는, 목소리만 나오는 부스가 열릴 때, 괜히 눈물이 났다. 거기 없는, 김현식 때문이 아니었다. 실은, 형이 생각났다. 김현식의 노래를 좋아했던 형은, 술에 취하면 곧잘 그이의 노래를 부르곤 했다. 간경화로 죽은 김현식의 노래를, 간경화로 죽은 형이 좋아했다. 형과 마지막으로 단둘이 만난 건, 영등포 어느 선술집에서였다. 형은 언제나 삶에 자신 없는, 소년 같았다. 형이 언제나 소년같이 어리숙하고, 연약한 것이, 난 서글펐다. 여전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며 약한 소리를 하는, 영등포 선술집에서 마지막으로 단둘이 본 형은, 언제나 형이라기보다 유약한 동생 같았던 형은,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내 손을 꼭 쥔 채 자고 싶어 했던 형은, 김현식을 좋아했다.
생각해보니, 너무 오랫동안, 슬픔을 구겨 넣은 채 살아왔는데,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텅 빈 집에서, 모두가 부재한 틈을 타, 고양이도 숨죽인 밤, 김현식을 들으며, 운다. 애초에 부재했던 가족과, 일찍이 단절된 관계와, 시간 속에 매장된 삶을 생각하며, 어차피 죽을 예정이었던 어미와, 진작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형제와, 머지않아 죽을 아비와, 죽어도 맞닿지 못할 누이가, 저희들이 언제 허물어질지도 모른 채, 부질없이 겨울을 나던 시절을 떠올린다. 아, 사무치는 존재의 추위와 허기를 견디며, 난 또 욕되게 살아갈 거다. 아, 난 죽을 수조차 없이, 욕되게 살아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