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총을 쏘는 것마저 실패한,
빈센트가 죽은 뒤, 그이의 그림과 그이의 이름이 남아서, 우리에게, 아니 내게 전해진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본 적 있다. 그이의 아름다운, 영혼의 그림? 내겐 아니었다. 그이가 이름을 남겨서, 그이를 누구나 기억하게 되어서, 남은 것은, 그이의 고통스러운 삶이었다. 난, 빈센트가 테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고,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난 왜 잘하는 게 없을까? 스스로 총을 쏘는 것마저도 실패했어.
그이가 이름을 남겨, 우리는 빈센트의 유작을 칭송하지만, 정작 살아 있었던 그이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만약 그이가,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면, 그 고통스러웠던 삶은, 그저 잊힌, 우주의 먼지에 불과했을 게다. 우리처럼, 나처럼. 하지만, 그이가 이름을 남겨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그이는, 나와 달리, 생을, 세계를, 우주를, 사랑한 사람이었다.
빈센트의 마지막 작품을 본 적 있다. 나무의 뿌리들. 그 뿌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뿌리를 보면, 빈센트가 테오의 품에서 남긴 말을 기억해보노라면, 서글픈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할 수 없다. 빈센트가 남긴 마지막 나무의 뿌리들은, 내게, 생을 뿌리내리려 몸부림친, 하지만 결국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살아 있어서 살아 있고자 했으나, 결국 살지 못한, 가엽고 처연한 목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