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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목제 Dec 01. 2023

너는, 아직, 살아 있구나

2023년 12월 1일, 맑음, -4도~4도

12월이 생을 기록하기에 괜찮은 시절인지, 잘 모르겠다. 달력 따위, 기호와 상징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어이 11월의 기억을 뜯어 내팽개친다. 5시 반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 전, 오월은 늘 그렇듯, 나를 미리 깨운다. 14년째 이어진 오월의 아침 노래. 녀석이 죽으면, 난 동이 틀 때마다,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죽음을 떠올릴 게다. 아, 그래, 너는 이제 죽고 없지, 혼잣말을 중얼거릴 게다. 하긴, 이미, 죽음과 함께한 지 오래됐구나.


형이 죽은 시각도 아침 6시 즈음이었다. 난 그때 중환자실 앞에서 밤을 지새운 다음, 정신을 차리려고 막 세수를 마친 참이었다. 아침세수를 하고 나서 맞이하는 죽음. 빌어먹을. 난 아직도 죽음의 기억에서 놓여나지 못한 게다. 중환자실의 짧은 면회시간, 형수의 자매가 형의 귀에 대고 주님을 붙잡으라고 자꾸만 소리를 질러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그이에게 소리를 그만 지르라고, 눈도 뜨지 못하고, 말은 못 해도, 귀는 열려 있을 텐데, 얼마나 귀가 아프겠느냐고, 제발 나가 있으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다음 날 아침 죽을 줄 알았다면, 그이를 내보내고, 형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을까. 곧 죽을, 며칠 내에 무화될 형제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죽은 줄 알았던, 편의점 앞 고양이가 돌아왔다. 5개월 만이다. 여름 피서객들의 홍수로 인해, 수시로 드나드는 공사 차량들로 인해, 고양이를 싫어하는 건물주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을 때, 난 어디 다른 데로 거처를 옮겼으리라 생각지 못하고, 그저, 녀석이 죽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허나, 태연히, 마치 어제도 왔었다는 듯, 가게 문 앞에 얼굴을 대고 밥을 내놓으라 요구하는 거였다. 봄에 낳은 새끼들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곧, 바람의 시절이 오는데, 바닷바람이 모든 걸 얼려버릴 텐데, 난, 녀석이 또, 다음 생을 잉태하고 나타난 것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또 밥을 달라고 왔다. 돌아온 이후로,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하루 세 번 밥을 내어 오라고 한다. 그동안 굶었니? 너는, 아직, 살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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