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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s Jan 16. 2020

[OB'sDiary] 따뜻한 말 한 마디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따뜻한 말 한 마디>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불륜 미화다 뭐다 비난을 꽤 받았던 드라마였지만 나는 왜인지 그 드라마가 자꾸 궁금해서 꽤 열심히 챙겨봤었다. 서정적인 느낌을 풍기는 제목과는 다르게 마치 치정멜로 같았던 드라마였지만 결국 주제는 제목에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따뜻한 말 한 마디'였다는 것. 


온갖 결핍이 가득한 인물들이 서로를 할퀴고 물어 뜯는 태초의 이유는, 사랑하지 않아서도, 상대방이 소중하지 않아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많이 힘들지' '미안해' '고마워' '고생했어' '사랑해' 등과 같은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있어야 할 시간에 없었기 때문일 뿐인 것이다. .


뒤늦게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가 너에게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꼭 말로 해야 알아' 같은 말로 마음을 표현하려 해도, 때를 놓친 말들은 이미 사랑이 아닌 자기 변호일 뿐이다.


며칠 전,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봤다. 제때 전해지지 못한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외롭게 했는지를 고통스러우리만치 생생히 지켜봤다. 그 슬픈 이야기를 곱씹으며 역시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사랑이 꼭 전해져야만 하는 순간이 있고, 그 순간을 영영 지나쳐버린 사랑은 결국 깨지고 망가져 인생까지 송두리째 흔들 수도 있다는 것. .


눈이 부시지 않은 순간이 하나도 없는 삶이 얼마나 빛나는지를 깨닫기 위해서는 사랑이 필요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저 따뜻한 말 한 마디면 모든 게 전해지는 그런 사랑이. 사람은 사랑 한 마디에 살고, 전해지지 못한 채 마음에 갇혀 있는 사랑 한 마디에 죽는다. 


그냥 그런 걸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겨울이다. 사랑이 지키는 목숨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붙드는 관계들. 신이 있다면 이럴 리 없을 것 같은 세상에서 우리는 그런 것들을 나누며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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