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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런 건 없다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

by 연휴


삶에 대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 중 많은 것들은, 어쩌면 오류일 수 있다. 사회의 요구에, 다수의 관념에 맞추어 무의식 중에 편집된 생각일 수 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생각은 정교함에서 멀어지기 쉽다. 삶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나의 작은 세계 속 기준들로 단순화하게 된다.


가령 같은 시험에 도전한 두 사람이 있고, 한 사람은 시험에 합격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러지 못했다고 해 보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합격한 사람이 더 성실했을 것이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극단적으로는, 합격한 사람이 그러지 못한 사람보다 더 나은, 멋진, 대단한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합격하지 못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넘겨짚는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생각은 얼마든지 틀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삶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운과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실제로는 더 적은 노력을 들였을 수 있다. 그저 그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을 수도, 찍기 운이 작용했을 수도, 우연히 시험 전날 적중률이 더 높았던 교재를 보았을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소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요소들 중 작은 일부이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특정한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누군가의 삶에 ‘좋은’ 일인지도 알 수 없다. 10년 후에는 그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하게 살고 있을 수도 있다.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지 못한 것이, 때로는 사람을 예상치 못한 더 좋은 길로 안내할 수 있다. 크고 작은 목표를 이루었는지 여부는 결코 삶의 의미나 가치를 결정할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누구든지 이러한 단순화/일반화/범주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실제로도 숱하게 그래왔을 것이다. 단순한 것은 편리하고 쉽다. 그러나 그만큼 부정확하고, 편견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몇 가지 사실들을 함부로 연결하고 묶어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보다는 삶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쉽게 단정짓지 않으려는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서로 연결을 안 시켜야 될 것을 연결시켜서 그래요.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상관관계가 없는 것을 연결시켜서 마치 상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법륜 스님께서 하신 이 말에 나는 크게 공감한다. 나는 쉽게 판단하고 단정짓지 않는 태도를 갖길 원한다. 강력한 확신보다는 유연한 의심이 성장의 열쇠라고 믿는다. 단정지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그저 그 상태 그대로 두고자 한다. ’반드시 그런‘ 건,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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