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두맘 Nov 11. 2019

사소함의 위대함

작은 칭찬의 힘

퇴근길, 유난히 발걸음이 가벼워서 지난 하루를 돌이켜보면 꼭 뭔가 있었다. 일이야 평소와 똑같지만 업무 관련 상대방이 유난히 감사 표현을 많이 했다든지, 상사에게 칭찬을 들은 날은 아무래도 기분이 산뜻하다.


인사이동이나 행정사무감사, 선거처럼 큰 일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맞이해서 그런지 오히려 기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렇게든 저렇게든 채워지기 마련인 하루의 빈틈들에 평소보다 조금 좋은 것들이 들어오는 날, 퇴근길이 한결 가뿐해지는 거다. 과학적으로도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라고 하지 않는가.


“글 잘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담당자가 진짜진짜 고맙대~~”


운이 좋게도 나는 맡은 바 업무상 감사 인사나 칭찬을 많이 듣는다. 각 부서에서 행사가 있을 때 시장님 인사말씀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그걸 작성해주는 게 내 일이니까. 글쓰기라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눈앞이 캄캄한 일이다보니,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신경 쓸 게 많은 행사 담당자에게는 그야말로 구원투수인 모양이다. 그래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고, 가끔은 소소하게 점심을 얻어먹기도 한다.


감사 인사나 식사 대접 때문에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다. 내가 맡은 바 업무를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뿐이다. 민원인이 퉁명스럽다고 등본을 안 떼어 줄 수 없듯이 나 역시 어떤 스타일로든 요청을 받게 되면 업무 협조를 해 준다.


하지만 기한이 임박해서 요청해 놓고 맡겨 놓은 물건 찾아가듯이 독촉하거나, 원고를 보내줘도 잘 받았다거나 고맙다는 피드백 한 줄 없는 상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갖기 어렵다. 정식으로 미리미리 공문을 보내고 정중히 요청할 때 아무래도 한 글자라도 더 신경 쓰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의 중요성이 더 무겁게 느껴지고, 나 역시 최선의 예의와 노력으로 상대방을 대해야겠다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정말로 내가 일을 잘 한 것인지, 단지 상대방이 예의바른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남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자기 효능감이랄지, 새삼스런 보람도 느낀다. 그래서 나도 업무상 소통을 할 때 “감사합니다”라든지 “남은 하루도 좋은 날 보내세요”처럼 사소하지만 힘이 센 그런 말들을 자주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칭찬에 약한가 싶어 머쓱하게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입바른 소리란 걸 다 알아도 상대를 추어주고, 말뿐인 칭찬이라도 주고받으면서 우리는 서로 부족한 자존감을 충전한다. 물론 이게 윗사람을 향하게 되면 꼴사나운 용비어천가가 되므로 상대를 잘 가려야 하지만.


세상은 온통 갑질 민원인과 ‘내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아 처먹는’ 공무원들에 대한 험악한 인터넷 댓글 투성이기 때문에, 우리끼리라도 격려하고 다독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