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를 떠나며 거기서 만난 인연들을 떠올린다
39일간 말레이시아 여행을 마치고 태국 가기 전날, 말레이시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막 한 달 살기를 시작한 날 만났던 친구였다. 지금 어디에 있냐는 친구의 질문에 랑카위에 있다고 답하니 친구가 말했다.
“Fast Moving. When will this”
랑카위는 쿠알라룸푸르보다 북쪽에 있는 섬으로 태국과 국경을 마주한 섬이었다. 두 달 정도 말레이시아를 여행한다고 했던 나의 기존 계획보다 훨씬 빨리 움직인 것이었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위로 향하는 길에는 더 이상 말레이시아의 도시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 물음에 한국에서 친구가 와서 함께 여행하느라 랑카위까지 오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음엔 어디로 이동할 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태국의 섬 꼬리뻬로 간다고 하니 친구는 아쉬운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다음에 온다면 말레이시아 동쪽에 있는 ‘Sabah& Sarawakd’ 도시도 둘러보는 말도 덧붙였다.
쿠알라룸푸르에서 랑카위까지의 여정에서 두 도시를 들렀다. 이포와 페낭이었는데 이 도시들을 오가는 길을 알아보려 수도 없이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지도를 확인했음에도 친구가 추천해 준 도시의 이름은 볼 수 없었다. 말레이시아 동쪽은 인도네시아 위에 붙어있었기에 그냥 지나쳤던 모양이었다. 친구는 다음에 다시 말레이시아에 온다며 꼭 연락을 달라며 본인의 연락처를 보내왔다. 무료로 본인이 곳곳을 여행 시켜주겠다는 말도 너무나 다정해 오랜 시간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껴졌다. 말레이시아에서 더 보내지 못해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다음 날 아침 태국으로 가는 페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랑카위를 들어올 때 이용했던 선착장이었지만, 이른 아침 사람 없이 고요한 분위기는 처음 와보는 공간인 양 낯설게만 느껴졌다. 배를 태고 국경을 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한 탓에 티켓을 받는 사무실을 한참이나 헤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사무실까지 10킬로가 넘는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나서 녹초가 된 상태로 출입국 신고서를 작성했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생각에 면세가로 꼭 사야 한다는 술과 초콜릿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르는 여행에 유리병에 담긴 술은 짐만 될것이 뻔했고, 초콜릿은 더운 날씨에 구매해서 밖으로 나가는 순간 녹아내릴 것이 분명했다. 결국 편의점에서 말레이시아 국민 음료수인 100을 한 병사서 페리에 몸을 실었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지나 태국 꼬리뻬에 도착했고, 페리에서 작은 배로 갈아탄 뒤에 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태국에 도착하자마자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태국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말레이시아 선착장에서 찍은 영상 위에 “Goodbye Malaysia”라고 적은 문구를 봤는지 다음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었다. 방금 꼬리뻬에 도착했다고 답하자 친구는 신나는 말투로 지금 태국 남부에서는 야광충을 볼 수 있는 기간이라고 했다. 이어서 보내온 링크에는 야광충을 담은 영상이 있었다. 어두운 밤바다에 한 사람이 손을 넣자, 물이 닿는 부분이 야광처럼 빛났다. 신기한 이 현상은 발광 플랑크톤의 양이 늘어나서 보이는 현상이라고 했다. 발광 플랑크톤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본 나는 들떠서 꼭 가보겠다고 친구에게 답했다.
두 친구에게 받은 연락으로 말레이시아에서의 여행이 끝났다는 실감이 났다. 이제 막 시작한 태국 여행 덕분에 어떠한 말로 말레이시아를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말레이시아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났던 친구들 덕분에 여행하는 동안 혼자선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외국인이 쉽게 알 수 없는 것들을 알게 되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시간이 많이 지나 이번 나의 첫 말레이시아 여행이자 첫 해외 한 달 살기란 경험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 추억들 속에서 태국 친구 미나와 말레이시아 친구 캐서린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이 있기를 그들의 기억 속에서도 나와 함께한 시간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