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터 Mar 27. 2024

여행 중독자의 해외여행 경비 절약법?

일 년에 3개월을 여행하는 사람이 계속 여행할 수 있는 이유

“야 솔직히 말해 너 부자지?” 한 달 동안 해외에서 여행할 거라는 계획을 들은 친구의 반응이었다. 이어서 다른 친구도 거들며 말했다. “작년에도 여행만 다니던 애가 어떻게 돈이 있지?” 작년에 여행으로 보낸 시간은 자그마치 87일. 포항, 울산, 제주도 등 국내를 비롯해 스페인, 홍콩, 베트남 등 세계 각지에서 3개월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프리랜서니까 시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돈이 어디서 나서 그렇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건지 모두 의아해했다. 엄마는 집 전세금을 빼고 여행자금으로 쓰는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의심까지 할 정도였다. 아직 2월이 끝나지 않은 24년의 여행 스코어는 벌써 27일을 기록하고 있다. 가계부에 가장 많은 지출 내역을 차지하는 게 여행이 맞지만, 나의 여행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 있다. 이 비밀을 알게 된다면 여행을 오래 그리고 자주 하는 내가 부럽기보다 애잔하게 느껴지겠지만 비밀을 솔직하게 털어내 보려 한다.


2023년 홍콩 여행길에 찍은 비행기 날개


해외여행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는 지출인 항공료부터 비밀을 밝혀보겠다. 여행을 갈 때 ‘3월 2일부터 3월 7일까지’처럼 특정한 기간이 나의 여행엔 없다. 항공료 비교 사이트를 켜놓고 월별로 대략적인 가격을 보고 가장 저렴한 달에 가장 저렴한 일을 골라 비행기 티켓을 예매한다. 여기서 많게는 30만 원부터 10만 원 정도 절약이 된다. 이건 돈의 문제보단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일정에 제약이 없는 특권인 듯싶다. 주말을 이용해서 여행을 가야 하는 회사원은 아무리 비싼 항공권이라도 그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기에 예매할 수밖에 없으니까..


포항의 한 숙소


두 번째 비밀은 아무 곳에서 잘 자고 잘 먹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친구와 같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이것만은 절대 양보 못 하는 게 있냐는 질문에 친구가 답했다. “숙소! 잠자는 곳이 제일 중요해.” 그 대답에 나는 생각했다. “이번 여행은 경비가 좀 들겠군.” 혼자 하는 여행이라면 숙소를 고를 때도 항공권을 예약하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간을 설정하고 숙소 목록을 가장 낮은 순으로 정렬해서 본다. 그러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저렴한 숙소들이 나온다. 1박에 5천 원 혹은 8천 원, 만원이 채 되지 않는 놀라운 가격의 숙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중에서 후기에 빈대가 나왔다는 곳을 거르고, 평점이 7점 아래로 내려가는 곳을 거른 뒤 예약한다. 실제로 그런 저렴한 숙소에 가보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경우도 더러 있다. 아무리 어디서든 잘 자고 잘 지낸다고 하더라도 기안84 선생님의 경지는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날도 있다. 하지만 평생 살 것도 아니고 며칠만 참으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날 텐데.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절대 잠들지 못할 것 같은 꿉꿉한 침대도 견딜만해진다.


2023년 홍콩 여행 중 찍은 사진들

마지막 비밀은 여행을 가서 관광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면 꼭 가봐야 하는 식당, 투어, 혹은 비싼 전망대 같은 곳은 잘 가지 않는다. 모름지기 관광객이 몰리는 곳에는 비싼 입장료가 따르기 때문에 나처럼 느리고 가난한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는 장소다. 그럼, 여행을 가서 뭘 하냐고 묻는다면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일과를 쭉 말해보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를 산책하고 책을 읽는다. (여기서 드는 비용: 0원) 책을 읽고 나면 전날에 사둔 걸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가보고 싶은 관광지를 간다.(점심 식비: 약 3~5천 원, 교통비 약 1~2천 원) 그리고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고 열심히 구경한 뒤 근처에서 간단히 저녁을 먹는다.(저녁 식비: 약 1만 원)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가서 씻고 영화를 보고 잠든다. 이렇게 보통 하루를 보내면 2만 원 내외로 하루 여행 경비가 든다. 만약 여행지가 동남아라면 만 원 이하로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2023년 홍콩 여행 중 교통비 아끼려고 걷다가 찍은 사진들


해외까지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돈을 아끼려면 여행을 왜 가냐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아도, 투어나 관광지를 가는 않아도 낯선 곳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에겐 충분한 여행의 느낌이 든다. 길을 걸을 때 보이는 일상에서 보던 풍경과 다른 나무들, 식사 때가 되면 풍겨오는 처음 맡아보는 냄새, 이해하지 못하는 길거리의 간판 같은 것들로 멀리 떠나왔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을 그저 흘러가는 풍경으로 보내지 않으려 사진을 찍는다. 숙소에 돌아와 사진을 보며 글로 더 자세한 나만의 감상을 남긴다. 그러면 아무리 허름한 숙소의 침대 위일지라도 이곳을 떠나와서야 만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이 내 기억 어딘가에 그리고 사진과 글이라는 작품으로 또 한 번 남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모아 둔 돈을 거의 다 여행에 써버린다고 할지라도, 집에서 지내는 환경보다 더 못한 것들의 연속일지라도 어느덧 또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엄청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살 때 ‘돈 벌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에겐 여행이 돈을 많이 쓰게 될지라도 오히려 돈을 버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그렇듯 나의 여행이 왜 돈 버는 여행인지 도대체 무엇을 느끼는지 2개월 간의 말레이시아, 태국에서의 여행기와 사진을 통해 전달해 보려 한다. 정말 돈을 번 건지 아니면 낭비인지는 글을 읽고 여러분이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