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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Mar 09. 2020

드레스덴에서 그리운 얼굴들을 하나둘 떠올려 본다

그리운 친구들과 가족, 아늑한 내 방, 따뜻한 음식까지 


당일치기로 방문한 독일 드레스덴 여행.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 고풍스러운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해가 점점 저물어 가고 있다



하룻밤 머물게 될 드레스덴에 있는 어느 호스텔. 중앙역에서 직선으로 한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카드를 받아 4인실 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첫 번째 손님이었다. 



꿉꿉한 방 공기를 환기시키려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한 공기를 마신다. 기분이 상쾌해진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간단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오늘 하루도 저물어 간다. 여기 창가에 앉아 있으면 역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저 멀리 성당도 보이고, 빨갛고 노랗고 푸르게 물든 해 질 녘도 보인다.




오늘의 점심, 그리고 저녁. 역시 독일 소시지는 끝내주게 맛있다



오늘 점심엔 소시지에 카레 소스가 올라간 커리부어스트와 레몬맛 맥주인 라들러를 마셨다. 내리쬐는 여름의 태양 아래서 테라스에 앉아 야무지게 먹었다. 저녁엔 푸드트럭에서 파는 브라트부어스트 - 빵 사이에 소시지를 끼운 음식 - 을 먹었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두 끼 모두 아주 독일스러운 식사였다.



아까 집으로 걸어오는 길엔 조금은 외로웠지만 거리의 사람들을 지나치며 그저 천천히 걸었다. 나와 같은 방을 쓰는 아주머니는 아까부터 계속 누군가와 전화 중이다. 오히려 적적하지 않아서 좋다.




궁전 근처 호숫가에 앉아 고요한 물결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아주머니가 무서운 인상을 지니고 계셔서 한껏 쫄아 있었는데,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여행 온 거냐면서. 그래서 나는 독일 교환학생으로 온 대학생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그분은 베를린에서 오셨고 이곳 드레스덴엔 출장차 방문한 거였다.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은 2시간이면 도착하는 나름 가까운 곳이다. 나는 여름에 방문했던 베를린이 너무 좋았다면서 또 가고 싶다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잠시 이야길 나누다가 아주머니는 가방에서 초코과자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었다.



아. 이곳에서야 더욱 실감한다. 내 주변엔 참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나를 이유 없이 좋아해 주고, 먼저 연락을 해오고, 나를 챙겨주고... 나는 복에 겨운 사람이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늘 소극적이었던 나는 누군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랐다. 내게 먼저 다가와 준 그들이 없었다면 나는 오랜 시간 외로워했겠지. 그들에게서 나는 많이 배웠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끔 만들어 주었다.



독일에서도 힘들 때마다 찡찡대어도 친구들은 나를 토닥이며 마음 어린 위로를 건네곤 했다. 이곳에 와서야 친구들의 소중함을 실감하고 있다. 이 귀중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 한국에 돌아가 다시 얼굴을 마주하면 얼마나 반갑고 기쁠까? 지금도 이렇게 보고 싶은데 말이다.







타지에서의 삶을 얕보았다. 고작 6개월에 불과한 시간이 내겐 너무도 길었다. 달력은 금세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어제와 다른 해가 떠올라도,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점점 아득해지기만 했다. 그리움을 쫓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혼자 있는 건 언제나 낯설었고 누군가가 항상 나를 챙겨주실 바랬다. 



한국에 남은 이들의 얼굴을 자주 떠올렸고 우리가 나누던 대화를 더듬었다. 집으로 가던 버스 안 공기, 우리 동네 익숙한 길목. 눈을 감고 그리라 해도 순식간에 그릴 수 있을 만큼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나를 이방인으로 바라보지 않는 그 세계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다시 맞이하게 될 그 익숙한 나날을 나는 지겨워하려나? 아니면 조금은 감사해할 수 있으려나. 서울에 대한 애정과 미움이 맘속 깊은 곳에 얼기설기 복잡하게 얽혀있다. 내가 태어난 도시, 서울. 나는 앞으로도 서울을 벗어날 수 없겠지. 그럼 사랑하는 수밖에. 서울에 살고 싶다는 로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조용하고 한적한 해방촌, 연남동 같은 곳에서... 비록 번지르르한 바람일지라도 마음 깊은 곳에 여전히 지니고 있다.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귀여운 친구들
그리운 내 방



길쭉한 나의 책상과 아늑한 침대, 좋아하는 책으로 가득 찬 책꽂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엽서와 포스터들. 나의 작은방이 그립다. 사랑하는 나의 귀여운 인형들 사이에 파묻혀 잠들고 싶다. 침대 위엔 나의 애착 인형과도 다름없는 기다란 빼빼로 인형과 토끼 인형이 곤히 잠들어 있겠지.



한국에 돌아가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도 많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우리 가족을 만나고, 쇼팽의 발라드를 열심히 연습해서 완독하고 싶다. 글도 더 열심히 쓰고 싶다. 예전보다 더 의연해진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2018년 7월 23일







https://youtu.be/6N6IjW-2f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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