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하 Aug 08. 2021

동백 향이 이리도 달콤했나요, 제주 DAY 6

어느 가을, 제주 남쪽 작은 마을 위미리에서



Today's BGM

윤석철 - 바다가 들린다

https://www.youtube.com/watch?v=DYuWQlmTW34





오늘은 제주 남쪽으로 간다.


원래 머나먼 아래쪽까지 내려갈 계획은 없었지만, 곧 동백이 예쁘게 만개할 거라며 많은 분들이 귀띔해 주신 터라 그저 지나치기엔 아쉬웠다.


게다가 위미리엔 그토록 가고 싶었던 독립서점 '라바 북스'가 있었다! 비록 보슬보슬 비가 내리지만 서점도 가고 동백도 구경할 겸 길을 나섰다.





이름마저 괜히 정겨운 제주 남쪽 작은 마을 '위미리'.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이 동네를 알게 된 건 독립출판물 <WMWM> 때문이었다.


라바 북스에서 출판한 이 책은 위미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작고 귀여운 책이다. 읽는 내내 글과 사진에서 나른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좋아하게 되어버린 이 동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창문 밖으로 붉은색 동백잎이 보이기 시작한다. 벌써 위미에 도착했다!





비로 촉촉이 젖은 땅을 밟으며 동백나무로 가까이 다가섰다. 생각해보니 동백꽃을 본건 이번이 난생처음이다.


차분하고 고급진 진홍색과 하트 모양 꽃잎. 노오란 술에 코를 가까이 대니 달큰한 향이 진하게 밀려온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만개한 동백을 보기엔 조금 이른 시기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양옆을 돌아봐도 온통 어여쁜 동백뿐이다.



난생처음으로 본 동백꽃. 어여쁜 진분홍색 하트 모양 꽃잎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한참을 걷고 걸었다. 오히려 비가 와서 동백 향이 더욱 진하게 풍겨왔다.


바닥에 떨어진 동백 잎을 발견하고선 살며시 집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면 그 향기를 영영 간직할 수만 있을 것 같았기에.






동백을 한참 동안 구경하고 뜨끈한 갈비탕을 챙겨 먹은 뒤, 드디어 라바 북스로 향했다.


아담한 공간이지만 서가 구성부터 소품 하나까지 정성스러운 손길이 가득 묻어났다. 좋아하는 영민 작가님의 책부터 제주의 매력을 한껏 담은 책까지. 서재를 빙빙 돌고 돌아도 구경할 것이 자꾸 생겨났다.


엄마는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진 제주 그림책과 오름 책을 골랐고, 나는 엄유정 작가님의 아이슬랜드 여행책, 마스킹 테이프, 그리고 조그만 미니 플립북을 샀다.


물론 나를 이곳으로 이끈 주인공 <WMWM: 위미에서 만난 사람들> 책도 빼놓지 않았다. 품절된 곳이 많아서 구하기 어려웠는데 위미에서 직접 손에 넣게 되다니 그저 감격스러울 뿐.



프랑스어로 '그곳(LABAS)'를 뜻하는 라바 북스. 제주에서 방문한 서점 중 단언컨대 가장 좋았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골라 이걸 어떻게 들고 다녀야 하나나 고민하는 우리를 보시곤, 사장님은 10만 원이 넘으니 집까지 무료로 택배를 부쳐주신다고 하셨다. 이렇게 감사할 수가!


사장님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가격을 하나하나 찍어서 계산서를 건네주셨다.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울 만큼 정겹고 따스한 공간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기분으로 서점을 나왔다. 라바 북스에서 보낸 오후는 아마 절대 잊지 못할 테다.



위미의 바다는 아주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카페 앞에 예쁘게 펴있던 보라색 꽃



벌써 제주에서 벌써 소중한 인연을 여럿 만났다. 세화의 숙소 사장님부터 영국 피시 앤 칩스 뺨치게 맛있는 유쾌한 피시 앤 칩스 가게 사장님과 제주 토박이 주민분들까지.


비록 코로나가 우리의 코와 입을 가려버렸지만 반가운 마음과 미소는 결코 숨길 수 없었다.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세상. 그럼에도 서로의 온기 덕분에 세상은 아직은 살 만한 것 같다고, 그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글에 나온 공간들

: Good Places to Visit




제주 동백수목원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 중앙로 300번 길 23-7


흥부가 (갈비탕. 로컬분이 추천해주신 진짜 맛집!)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199


라바 북스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87 1층


모노클 제주 (카페)

서귀포시 남원읍 태위로 360번 길 30-8


윌라라 (피시 앤 칩스)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 중앙로 33

매거진의 이전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제주 Day 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