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차
1.
국회의원은 '본인 부고'만 아니라면 어떤 내용이라도 '기사화' 되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표를 먹고 사는 선출직에겐 그만큼 이름 석자를 알리는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간첩 처벌법'이라는 이름으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데, 언론에서 제법 많이 받아주었다. 보도자료의 승리다. 그런데 정작 이 법안을 보면, 아연실색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현재까지 발의된 약 2,580건의 법안 중 대표적인 부실법안이 아닌가 싶다. 법안의 '작명'에 쏟는 정성을 '내용'에도 조금 나누어주길 빈다. 국회는 '작명소'가 아니거든.
2.
'엄빠 지원 패키지법'도 발의되었다. 엄빠는 엄마아빠의 줄임말이고, 이 작명 역시 국회의원 작품이며, 보도도 상당히 많이 되었다. 그런데 이 법안은 '짜집기' 법안의 대표 사례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짜깁기가 바른 표현이라고 하는데, 의미 전달력은 짜집기가 훨씬 좋아보인다.) 아무튼, 이 법안은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인데,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난임치료, 근로시간 단축 등을 다루는 법이다. 참고로 이 법의 개정안은 현재까지 45건이 발의되었다. 22대 국회 개원 후 워킹데이 기준으로 거의 하루에 1건씩 발의된 셈이다. 100건을 목표로 한번 달려보자!
3.
검사징계법 폐지법률안이 발의되었다. 검사도 공무원이니 검사징계법으로 특혜받지 말고 일반 공무원과 같이 취급하자는 취지다. 그동안 검사들의 '제식구 감싸기' 배후가 이 검사징계법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폐지법안은 처음 발의된 것인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똑같이 발의되었다가 그냥 폐기되었는데, 22대에서는 어떻게 될까? 국회에는 법조인들의 리그가 따로 존재한다. 여야, 진보보수 무관하다. 검사, 변호사(특히 업무영역 침해) 관련 법안들은 거의 처리되지 못한다. 검사징계법 폐지는 폐지된다에 500원 건다.
4.
주민등록번호는 무조건 평생 따라다니는 번호가 아니다. 바꿀수도 있다. 다만, 주민번호 유출로 인해 생명, 신체, 재산 등에 상당한 피해가 있어나 우려될 때만 가능하다. 스토킹 범죄 피해자의 경우 신속하게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는데, 이것도 21대 국회에서 발의되었다가 폐기됐다. 왜 이런 당연한 법안이 폐기되었나? 이유는 의원들이 법안을 너무 많이 발의해서 후순위로 밀렸거나(법안심사는 선입선출이다), 아니면 싸우시느라고 위원회를 못열어서. 둘 중 하나다. 오늘 8월 8일, 여야는 '민생법안 처리'에 합의했다고 한다. 참으로 장하구나.... 그걸 꼭 합의 해야만 할 수 있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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