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나는 전자여권 발급 중

하얗게 멍든 종이

by 완다

드디어 전자도서 제작에 돌입한다.

그동안 여느 작가 지망생들처럼 어떻게 데뷔할 것인가, 즉 어떻게 책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결국, 직접 전자도서를 만들어 유통망에 올리는 길이 최선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기엔 이미 주요 출판사들에 투고를 했지만 거절당한 이유가 크다. 그리고 그들로써는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선선히 수긍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요즘 같이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출판사들조차 아무리 기성 세력이라고 하지만 언제라도 산산이 흩어져버릴지 모르는 냉혹한 운명 앞에 서있긴 마찬가지다. 담보도 하나 없이 큰 위험과, 큰 모험을 그들에게 전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팔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책이라면, 굳이 출판사가 나서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예전에야 판매부수와 상관없이, 펴낸이의 판단으로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책들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훌륭하고 가치 있는 소중한 인류의 지성의 보고이자 문화유산으로서의 서적들까지도 형편없는 책들과 통째로 한데 묶여 지하창고로 쫓겨 내려가고 있는 지경이다.


그러니 솔직히 어떠한가?

감히 톨스토이,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등과 함께, 시대를 잘(?) 만나 같은 운명-설령 그것이 쇠락을 의미한데도-을 함께 맞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찬란한 영광이다. 혹여나 그 많은 훌륭한 작가들보다 내가 앞설 수 있다는 가능성만 상상해도 도무지 납득이 안되고 그 상황을 용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자리에 있어야 편안하고 마음이 놓이는 법이니까.


오늘은 전자도서를 만드는데 편리한 프로그램을 컴퓨터에 설치하고, 환경을 설정했다.

대강의 요령을 살펴보았고, 내일은 내가 쓴 동화 한 편을 우선 실험 삼아 만들어볼 생각이다.


감사하게도 모든 것이 무료다.

방법을 가르쳐준 책도 전자책 구독 앱에서 읽었고, 프로그램도 무료로 배포 중인 것을 받았다.

전자도서 나라의 입국은 좀 많이 수월한 것 같다.

이민자들에게 너무나도 너그럽다.

까다로운 입국 심사도 관세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거장, 거인들의 나라에 입국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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