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전자도서 발간

하얗게 멍든 종이

by 완다

필명으로 전자도서를 냈다.


자전적 소설이므로 저자가 누구인지는 우선 내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하고, 내용을 읽어보아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첫 장, 바로 프로필만 봐도 내 이야기임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냈다고 굳이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에게는 책을 낸 적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그렇게까지 한 것은 읽어달라고 먼저 말하는 대신, 나를 찾아와 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엔 알게 되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찾아낼 것이다. 그런 내 진심은 참이다.


나는 이토록 수동적인 사람이다.

때때로 자신이 자물쇠 같다고 느낀다. 폐쇄적이고 자폐적인 면모 탓에 외로울 때가 많은데,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나를 털어놓는다고 위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경우가 많다.

자물쇠가 열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잠시 묶기 위한 순간뿐, 원래 목적은 잠그기 위한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마음을 여는 건 함께 묶여있음을 상대에게 확인시켜 주기 위한 것이지, 평소에는 묵묵히 닫혀 있다.

그 목적을 상실할 때 나는 도리어 쓸모없고 변질된 것처럼 느껴져 우울해진다.


책을 좋아하는 언니는 전자도서 구독앱에서 나를 이미 발견한 것 같다. 유년기를 함께 보낸 언니는 검색창에 무심코 넣은 단어들만으로도, 내 책에 금방 닿았을 것이다. 모른 척하고 있지만, 티가 나는 것 같다. 그것을 또 내가 모른 척하고 있다.

가장 친한 친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책을 쓴 적이 없다’는 거짓말에 모르는 척하는 것 같다. 그것을 또 내가 모른 척하고 있다.


지금 나는 세 번째 소설을 쓰고 있다.

또다시 자전적 소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에게 소설을 쓰고 있다고 솔직히 말했다.


앞선 두 권은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기는 하지만, 소설이 아니다. 그것들은 내게 연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진정한 의미에서 책다운 책은, 바로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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