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 근처 골목을 걸어가다가 빨간 우편함을 발견했다. 초록 나뭇잎들을 배경으로 동그랗게 튀어나온 우편함이 보색을 이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새빨갛고 동글동글한 우편함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사진을 찍고 나니 밥을 먹으러 갈 때나 새로운 골목을 산책할 때마다 우편함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우편함 천국이었다. 모양과 색상이 생각보다 다양하고 때로는 그 집의 첫인상을 결정하기도 했다.개성 있는 우편함을 사진으로 수집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면 우편함에 자신이 사는 공간에 대한 애착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우리 집 우편함이 궁금했던 적이 언제였을까. 회색빛 철제로 만들어진, 아파트의 촘촘한 공간을 닮은 우편함들이 기억났다. 고지서가 쌓이는 곳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나에게 우편함은 이번 달에 얼마를 내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곳이었다.
치앙마이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이라고 한다. 정말 그렇다. 다른 속도로 하루를 보내고 나의 시간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작고 귀여운 우편함들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