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42020
그런 존재인 거 아닐까?
의연히 오늘 하루를 너로 인해 살아내보겠다고
다짐하게 만드는.
구차하더라도 널 위해 나는 한번 더 무릎을 일으켜보겠노라고
중얼거리게 하는.
밤새 만 김밥을 새벽녘 전철역에서 파는 억척스러움에 경탄했던
그런 다짐을 하게 만드는.
너는 그런 존재인 거 아닐까.
무수히 묻고 물어도 찾을 수가 없더라
제대로 된 문장으로서의 이 삶의 의미를.
태어나고 죽는 무수한 삶의 휘몰아침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알 수가 없더라.
이 바쁜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다 지쳐
사실은 좀 기운이 빠져있었거든.
그런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의미를 위해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이 의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살 의미가 없어서 지금 마감을 해도 어색하지 않은 삶이 아니라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내 존재가 의미 있어지는 것임을.
그리고 너는 내가 살아야 하는 의미이더라.
삶은 허무할 새가 없어.
나는 주먹을 감아쥐고,
무릎을 곧게 펴 세우고,
마치 새벽녘 전철역에서 천 원짜리 김밥을 파는 젊은 여인처럼,
이 삶을 전쟁처럼 살아내겠어.
너로 인해서 삶은 가득한 의미가 되었어.
아가, 우리 삶을 가득히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