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52020
내게 사랑은
이불깃에 눈물을 묻히는 날
보고싶은 사람이 있는 것이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
그 순간 기억나는 얼굴이다
다른 어느 목소리도 아닌
그 사람의 목소리로 들어야 하는
'괜찮아'가 그리울 때,
나는 그것이 사랑인 줄 안다
그런 당신이 그리워
나는 가슴 속 깊은 숲속에 버섯처럼 소담소담 자라나는
당신을 찾아 읽으러 먼 기억을 떠난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먼 기억에서 이야기해주는
당신의 '괜찮아'를 반복해 읽으며,
오늘 지친 영혼은 과거의 자장가로 잠을 청한다
영화 '결혼이야기' 마지막에 결국 이혼을 한 둘은 이혼 후에도 아들 때문에 자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혼 전 카운슬러 앞에서 읽기를 거부했던 아내의 편지를 우연히 발견한 남편은
이제 막 글을 배우는 아들의 성화에 소리내어 편지를 읽는다.
"나는 이혼을 원하지만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거야"라고 쓴 아내,
이혼 후에야 그 편지를 접한 남편.
사랑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결혼.
눈물 콧물 흘리며 오열하는 남편,
그 위에 포개어져 위로하며 함께 우는 아내.
처절한 이혼의 과정에도 사그라들지 않는 사랑.
그토록 비참했던 함께였지만 끝낸 후에도 지워지지 않는 마음.
이렇게 깊은 밤
홀로 앉아 생각을 정리하다보면
불현듯 생각나는 목소리가 있다.
마음이 깨어질 듯이 아픈 날
미칠듯이 듣고싶은 목소리가 있다.
하마터면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할 뻔한
그런 목소리.
헤어진다고 사랑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렇게
남은 평생을 그를 사랑할 것을 안다.
우리는 지워지고 자장가는 달콤하다.
그리고 이 남은 사랑은
날을 더할수록 더욱 애잔하다.
다시는 함께할 수 없을 거라는 것을
절망처럼 알기에,
나는 다시 없을 희망으로
당신을 사랑한다.
아무것도 가질 수 없을 때,
아마도 내 사랑이 완성되는 것일지도
당신 얼굴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심장 근처에 온기가 돈다
이 온기가
사랑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