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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Jan 23. 2020

초혼


초혼(招魂)

- 김소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끗끗내 마자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어!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 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


가끔은 내가 마치 초혼하는 것 같아

네 이름 부르는 것을 관둔다


네 이름 나직이 부르는 것을

멈추고 나머지 애정을 삼킨다


마지막 안은 너는 아직도 내 손끝에 남아

내 영혼의 끝자락까지 저리게 하는구나


선명한 너는 마치 아지랑이처럼 땅에서 피어올라

끝없이 하늘로 올라간다


나직이 부르는 네 이름은

허공 중에 산산이 부서지는구나


너를 어찌해야 할거나

너를 어찌해야 할거나


그리움은 무거운 돌덩이처럼

마음을 누르고


너는 이토록 선명히

삶의 일부가 된다


늙어가는 나는

어서 늙음의 끝에서

너를 다시 만나기를

고대한다


다시 한번 너를 내 품에 안을 수 있기를

너를 다시 가득히 안기를

고대한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내 마음을 온전히 가진 너를

나는 어찌해야 할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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