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자신감, 아니면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는 그것
살다 보면 내가 나를 자꾸만 '을'의 자리에 위치시키는 것을 발견한다.
갑이나 을이 없어야 하는 자리에서도 나는 나를 '을'에 놓고, 그것이 더욱 편안하다.
일 때문에 주고받는 이메일에서도 답을 짧게 해서 상대가 오해하지는 않을까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누른 다음에 고민한다. 나는 제대로 의사표현을 했는데 내 이메일을 제대로 읽지 않은 상대가 문제인 것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답하는 그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까지 내 몫이어야 한다고 누가 대체 말했나.
그럼에도 나는 그 사람이 제대로 이해했을까 싶어서 머릿속으로 전전긍긍해한다.
그러고 나서야
아, 나는 오해받을 용기도 없는 사람이로구나.
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오해하든 말든 그건 상대의 문제로 치부할 줄 아는 것은 어쩌면,
자신감, 혹은 심지어 자존감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도는 듯이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상대가 오해하는 것은 문제조차 되지 않는 듯하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만 봐도 알 수 있다. 결국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인가).
괜히 머릿속으로 시끄럽고 부산하게 '혹시 오해했으면 어뜨카지...?'를 굴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그냥 훌훌 털어버리기로 결정한다.
오해해도 괜찮아. 나는 이메일에 모든 것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기술했어. 제대로 안 읽은 니 탓이다.
나는 너와 동등하고 대등하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지 조금 낮은 자리에 굽신거리며 서서 너한테 숟가락으로 모든 정보와 사실을 퍼먹여주며 잘 보여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세상에 누가 그런 사람이 있대? (있어야 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다)
나를 올려보아야 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낮아지고,
내가 웬만해서 자꾸 올려다보려 하는 이들을 향해서는
내 어깨를 먼저 토닥거려주자.
당신들이 비록 나보다 (어깨가 조금 높더라도)
나라도 내 어깨를 먼저 도닥여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