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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솦 솦 Dec 12. 2022

너는 참 소중해

하갈과 이스마엘 - 나와 맨디


가죽부대의 물이 다한지라 그 자식을 떨기나무 아래 두며 가로되 자식의 죽는 것을 참아 보지 못하겠다 하고 살 한 바탕쯤 가서 마주 앉아 바라보며 방성 대곡하니 하나님이 그 아이의 소리를 들으시므로 하나님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하갈을 불러 가라사대 하갈아 무슨 일이냐 두려워 말라 하나님이 저기 있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셨나니 일어나 아이를 일으켜 네 손으로 붙들라 그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장 15-18절)


죽어가는 아이를 떨기나무 아래 두고 떨어져 앉아 통곡하는 마음이 어떠했을까.

사막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가져간 물이 동이 나고,

어린 아들은 죽어간다.

그녀는 통곡하는 것 외에는 할 것이 없었다. 

그 마음이 어땠을까.


성경은 마치 천사가(구약의 천사는 종종 하나님을 완곡적으로 부르는 문학적 표현으로 보기도 한다) 어감상 마치 그녀의(그리고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서야 깜짝 놀랐다는 듯이 그녀를 찾아와서 "왜 우느냐? 두려워하지 말아라"라고 말을 건넨다.


그리고 아이를 일으켜 세우라는 천사의 말을 따라 아이를 일으켜 세운 하갈은 기적같이 물을 발견하고, 그 고비를 넘기게 된다. 하나님의 약속대로 이후 이스마엘은 큰 나라를 세운다.


성경은 그 아이 이스마엘이 자라는 동안 하나님이 함께 하셨다고 말한다. 약속의 아이가 아니라서 아비 아브라함의 집에서 쫓겨났지만, -그래서 참 마음에 상처도 많았겠지, 이스마엘도, 그 어미 하갈도- 하나님은 그 아이와 함께 하셨다.


하나님 앞에 우리 모두는 소중하다.

보기에 사라과 아브라함의 장자같이 눈부시고, 누가 봐도 부잣집 아들이고, 약속의 아이 같은 이삭이 있는가 하면, 어린아이에게 장난을 친 이유만으로 물을 담은 가죽부대 하나만을 들린 채 쫓겨나는 보잘것없는 이스마엘 같은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님 앞에 모두는 소중하다. 산의 들꽃도, 우리 집의 천식 걸린 고양이도, 아침마다 사료를 주면 찾아드는 참새와 비둘기도, 모두, 하나님 앞에 소중하다.


다만 그 사막 떨기나무 아래 누인 아들을 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화살을 쏘아 닿을만한 거리에 앉아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던 하갈의 마음의 상처와, 

떨기나무 아래에서 같이 울고 있었을 이스마엘의 마음의 상처가 못내 마음이 쓰인다. 


그래도,

살려주시는 은혜가 감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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