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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드뮤지션 Aug 31. 2018

짧은 행복, 긴 슬픔. 슈만 여인의 사랑과 생애

너무 땡겨서 생각할 필요는 없었는데...

https://youtu.be/Hm8tIIpFqHk

슈만:연가곡집 “여인의 사랑과 생애” op.42

캐슬린 페리어

결혼을 해도 불안하기만 한 슈만

 너무나 힘들게 살다 간지라 그 일생을 떠올리기만 해도 안쓰럽고 아픈 손가락 같은 슈만. 그러나 그에게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시절이 있었으니, 클라라와 결혼에 골인한 1840년이었다. 이 시절, 슈만은 신들린 사람처럼 가곡들을 찍어내듯 써냈다. 그 한 해 동안 써낸 가곡만 해도 무려 138곡. 이 기간 가운데 시인의 사랑, 리더크라이스와 함께 봇물 터지듯 써낸 3대 연가곡집 중 하나가 “여인의 사랑과 생애”이다.

 텍스트가 된 샤미소의 시의 내용은 감정의 흐름
이 급격한 업앤다운을 하며 당시 독일 낭만주의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넘은 슈만의 마음이 오히려 더 훤하게 보인다는 사실. 평생의 반려자를 얻은 슈만의 마음은 절대 슬플 리 없다. 그런데도 그 이면에서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이 언뜻언뜻 보이고 있다. 본래 남다른 예술가는 앞으로 다가올 불안함을 감지하는 능력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고도로 발달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어느 누구와도 바꿀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사람이 곁에 있는데 대체 뭐가 불안한가?



불안함은 때때로 눈물바다란 옷을 입고 온다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슈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법정의 힘까지 끌어들이는 극단적인 액션을 취해가며 거의 강제로 하다시피 한 결혼이다. 슈만의 무의식 속에는 어렵게 자신을 선택해준 클라라가 자신의 밑바닥을 알게 되면 언제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겉으로는 클라라를 향한 가장 위대한 사랑이 너무나 수려하게 수놓아져 있지만, 속은 꼭 그렇다고는 볼 수가 없다. 여전히 너무나 불안하기만 하다. 나도 일상 중에 종종 그런 일이 있다. 내 성격상 새로운 관계 또는 사랑을 시작하는 건 너무나 힘들다. 그만큼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이다. 그런데 서로를 향해 어렵게 마음을 열어 놓으면, 그때부터는 상대가 떠날세라 노심초사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가 숱하게 있다. 결국 눈빛 따위로 들통나거나 행동으로 탄로가 나고 만다. 그 뒤로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생활은 결국은 그다지 순탄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접하는 슈만과 클라라에 관한 기록들은 적당히 미화된 것이 많다는 걸 알아야 한다. 내 개인적으로 다가오는 슈만의 “여인의 사랑과 생애”는 비록 음악 자체는 행복하되 이어질 미래는 결코 쭉 뻗은 아우토반이 아님을 예고하는 복잡한 심리적 역학관계가 담겨있는 곡이다. 슈만은 분명 이 시절은 행복했다. 그러나 슈만 본인은 이 행복을 온전히, 또는 오랫동안 누리지는 못했다. 그랬기에 이 연가곡집 또한 또 하나의 아픈 손가락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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