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다소 선정적인 내용을 포함합니다)
이 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문명 유적지에서 확인된 사랑시 몇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잔존하는 인류의 가장 이른 사랑노래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이른 인류의 사랑시는 기원전 2030년 무렵의 수메르유적의 것이다. 수메르문명 슈신왕(Shu-Sin)의 부인이 쓴것으로 추정되는 이 쐐기문자 점토판(Kramer 1959)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내 사랑 신랑, 꿀같이 달콤한 당신의 선한 아름다움.
당신은 나를 사로잡았어요, 떨리는 내가 당신곁에 설수있게 해줘요.
나의 신랑, 당신에 의해 침실로 데려가지고 싶어요.
나의 신랑, 당신을 살며시 어루만지게 해줘요.
나의 귀중한 어루만짐은 꿀보다 자극적이에요.
꿀로 가득찬 침실에서 당신의 선한 아름다움을 즐기게 해줘요.
나의 신랑, 당신은 나로 인해 행복을 가져요.
제 어머니께 말해줘요, 당신께 별미를 줄거에요. 제 아버지는 선물을 줄거에요.
당신의 영혼, 나는 어떻게 당신 영혼을 북돋는지 알아요.
나의 신랑, 동이 틀때까지 저희 집에 머물러요.
당신의 가슴, 나는 어떻게 당신 가슴을 기쁘게 하는지 알아요.
당신,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어루만짐의 기도를 저에게 주어요.
나의 신성한 신, 신성한 보호자여,
나의 슈신, 엔릴(Enlil, 메소포타미아 최고의 신)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당신의 공간은 꿀과 같이 좋아요, 당신의 손을 얹어요..
(영문 해독본 출처: https://www.ancient.eu/article/750/the-worlds-oldest-love-poem)
음..에헴.. 근현대 어떠한 낭만적인 사랑시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달콤함과 애절함이 묻어나는 작품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사랑은 4천여년전 수메르인들에게도 정말 고귀하고 중요한 것이었다.
여성의 권위와 목소리가 강했던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 문명(기원전 3500~500년)은 수많은 사랑시들을 전한다. 살펴보면 여성의 권위와 목소리가 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정 저자가 여성인 경우, 시의 1인칭 화자가 여성인 경우, 작품 내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주체가 여성인 경우 등이 나타난다. 테리 윌퐁의 견해(Wilfong 2010)와 같이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 여성은 주체적 역할을 했으며 사랑을 함에 있어서도 그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한 남성이 여성에게 쓰는 시이다.
당신의 목소리는 석류 와인과 같아요, 그대 목소리를 들으며 내 삶을 그려나가요.
매번 쳐다볼때마다 당신을 볼 수 있다면, 먹고 마시는 것보다 좋을 거에요.
만약 제가 그녀의 옷을 세탁하는 사람으로 머물 수 밖에 없다면,
무거운 아마 섬유 더미를 강하게 때리며 세탁을 하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이의 몸이 닿았던 그 섬유를 부드럽게 만질거에요.
그녀의 튜닉에 아직 남아있는 향을 깨끗한 물로 씻고,
그녀가 어제 얼굴을 묻었던 수건으로 제 몸을 닦을 거에요…
아래는 한 여성이 남성에게 쓰는 시이다.
이 시간보다 더 달콤한 적이 있었던가?
당신과 있으면, 당신은 내 마음을 북돋아 주네요.
당신이 저를 찾아와 껴안고 어루만지면, 그보다 기쁠 수 있을까요?
만약 제 허벅지를 어루만지고 싶어하면,
제 가슴도 내어줄 거에요, 당신을 밀어내지 않을거에요!
배가 고프다고 떠날건가요? 옷이 필요해 떠날건가요?
저는 그 모든걸 줄 수 있어요.
아래는 끝난 사랑을 아파하는 여인의 시이다.
잃었어요! 잃었어요! 오 내 사랑을 잃었어요!
그가 내 집 옆을 지나지만, 고개도 돌리지 않네요.
신경써서 저를 꾸며보지만, 눈길주지 않네요.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신이시여 차라리 제가 죽었으면 좋겠네요!
신이시여! 신이시여! 오 전능하신 자여!
제 희생과 기도들, 다 부질없는 짓이였나요?
기쁨을 일으킬 모든 것들을 제공하겠어요, 제 눈물을 봐주시고 제 사랑을 되찾아 주세요.
달콤한, 달콤한 꿀과 같은 그의 입술,
그는 내 입술에 가슴에 머리카락에 입맞추었지요.
하지만 이제 제 마음은 태양으로 타버린 남쪽과 같네요,
초원이 사막화되어 회색과 황량함만 있는.
와줘요! 와줘요! 제가 죽을때 제게 입맞춰줘요,
생은, 생동감은, 그대 숨결안에 있어요.
그리고 그 입맞춤이 있으면, 비록 제가 무덤 안에 누워 있더라도,
저는 일어나 죽음의 무리를 떨쳐낼 거에요.
(영문 해독본 출처: www.love-poetry-of-the-world.com/Egyptian-Love-Poetry-Poem2.html)
다소 선정적이다 할 수 있는 표현들과 감정들이 거침없이 표현되어 있다. 고대 이집트 사회에서 육체적 사랑과 정신적 사랑 무엇이 더 고귀하다 하는 구분은 뚜렷하기 않았던 것 같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들에게도 사랑은 황홀한 달콤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잊게 하는 격정을 일으키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그리스 시인 '사포'의 아름다운 사랑노래
이번엔 고대 그리스 시인 ‘사포(Sappho)’의 시를 살펴보자. 그녀는 기원전 610년에서 570년까지 살며 주옥같은 시들을 남겼다(Lander 2014).
오 내 사랑, 당신의 새하얀 피부,
순수한 설화 석고, 밤에만 꽃잎을 여는 새하얀 백합과 같이 우아하네요.
내게로 와요 내 사랑, 밤에 백합으로 가득한 평원을 가로질러 와요.
우리 위로 빛나는 별들은, 하늘과 같이 밝은 우리 사랑의 증인들이네요.
오 심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죠, 완벽한 짝을 상상하면서.
아아, 그렇게 될 수 없어요, 심장은 어제 짝을 잃었어요.
새로운 짝을 그려봐요, 간절히 원했던 그 마음이, 앞을 모르는 두려움으로 대체된 상태에서.
그 외로운 울부짐음- 우는 비둘기가 이리 슬프게 들린적 없었죠!
하지만 심장은 사랑 하기를 원하죠.
새로운 사랑이 꽃필 거에요, 그 공허함을 황홀한 아름다움으로 채우며.
내게로 와요 내 사랑, 백합으로 가득찬 평원을 가로질러,
오늘 밤은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네요.
(영문 해독본 출처: https://www.healyourlife.com/2-beautiful-love-poems-from-greek-poet-sappho)
사랑을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면서도 새로운 사랑을 꿈꿔보는 마음이 나타나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시들은 3500여년의 시간차이가 있지만 사랑에 관련한 순수함, 정열, 아픔 등은 언제나 비슷하게 사람들에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인류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남녀 간의 사랑은 우리를 알게모르게 크게 좌지우지 해온 요소라 할 수 있다. 진화심리학적 주장 중 하나에 따르면 남녀 간 ‘사랑’이라 부르는 정신적∙낭만적 감정(글쓴이의 브런치글 ‘사랑과 인류여정(1)인류학적 이야기' 참조)은 인류가 번식을 위해 발달시켜온 전략적 선택일 뿐이라고 설명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어떠한 가설 혹은 소위 과학적 근거로는 절대 never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너무나 아리송하고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 사랑은 고대에도 오늘날에도 골칫거리이자 삶의 이유였고 우리를 기쁨, 슬픔, 환희, 분노, 쾌락, 그리움, 격정, 외로움 등을 정신없이 왔다갔다 하게해온 것이었다.
당신은 어떠한 사랑을 하고 있나요? 어떠한 사랑을 꿈꾸거나 그리워하고 있나요? 이 글이 사랑에 아프고 힘들어하는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Kramer, S. N., 1959. History begins at Sumer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된다). Anchor Books.,
Garden City, N.Y.: Doubleday.
Lander, S. 2014. Conversations with History: Inspiration, Reflections, and Advice from
History-Makers and Celebrities on the Other Side (역사와의 대화- 역사를 만들고 부흥시킨 이들로
부터의 영감, 반영, 조언). Hay House Publishing, Carlsbad, C.A.
Wilfong, F. G., 2010. Gender in Ancient Egypt (고대 이집트에서의 젠더). in: Willeke Wendrich (editor): Egyptian Archaeology, Blackwell Studies in Global Archaeology, Malden, Ox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