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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드레킴 Nov 19. 2024

15. 아드리아해의 보석

기항지 관광-베네치아


그림으로 표현하기에는 이 도시는 너무나 아름답다

클로드모네가 베네치아를 두고 남긴 말이다.



07:30  Arrival

15:00 All on Board

16:00 Departure



2024. 11. 3 일요일 7:00 am 

아침에 일어나 보니 이미 배는 이탈리아 마르게라(Marghere) 선착장에 도착해 있다. 마르게라는 베네치아 섬을 연결하는 베네치아의 메인 커머셜 포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베네치아섬까지 대형 크루즈선이 입항했는데 2019년 MSC 오페라호가 정박하는 과정에서 선착장을 덮치는 사고가 있었고 이 사건 이후 대형 크루즈선의 입항이 베네치아 시민들의 항의에 의해 전면 금지되었다고 했다. 

이후 베네치아를 기항하는 모든 크루즈선은 마르게라 항에 정박한 후 다시 작은 배에 옮겨 타고 베네치아로 들어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기항지 관광을 선택하지 않고 우리 가족처럼 개별 관광을 하는 승객들에게도 왕복 연결 편 보트는 무료이고 오고 가는 스케줄도 자주 있다. 

서둘러 아침을 먹고 DECK5(5층 로비)로 내려갔다. 이탈리아 영화배우 뺨치는 멋진 보딩담당 크루가 5층 맨해튼 바에서 승객들에게 안내중이다. 아이들은 그 직원을 보더니 할리우드 영화배우 같다고 한다. 말끔히 정장을 차려입고 영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3개 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안내하는 크루는 정말 대단해 보였다. 

"엄마, 크루즈에 취직하려면 몇 개 국어를 해야 하는 거야?"

"진짜 대단하다. 그렇지?"

"매너도 좋고 말도 잘하고 참 멋진 직업인 거 같아."

크루에 안내에 따라 줄지어 승객들이 작은 배로 이동한다. 

출구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 직원이 싱글벙글 즐거워하는 우리를 보더니 말한다.  

“베니스가 아름답긴 하지만 배가 떠나기 전엔 꼭 돌아와야 합니다”

베네치아엔 무슨 신데렐라 마법이라도 있는걸까? 

방송을 통해 오버 투어리즘으로 시끄럽다는 베네치아를 직접 방문해 체험해 보니 정말 관광객이 많고 또 그만큼 멋지고 아름다운 도시였다.


개별 관광을 선택한 우리는 도착한 베네치아 여객 터미널에서 산마르코 광장을 가는 수상버스를 탔다.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 바포레토(Vaporetto)라고 불리는 수상버스와 아퀘오(Acqueo)라고 하는 수상택시가 대중교통수단이다. 관광객에게 유명하면서도 비싸기만 하다는 악명 높은 곤돌라를 꼭 타지 않더라도 바포레토를 타면 충분히 베네치아의 수상 도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버스 카드였다. 현금이 아닌 트래블 카드를 찍고 배에 승선하는데 분명히 소리가 나고 우리나라 치하철에서 처럼 출입문이 초록불이 켜지면서 열렸다. 하지만 결제 승인 문자가 오지 않는다. 부다페스트에서 어이없이 지하철 무임승차자가 된 경험이 있기에 불안함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어디에도 물어볼 안내 창구도 근무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초록불과 함께 문이 열린 건 정상 처리가 되었다는 거겠지!."

우리가 탄 6번 바포레토는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는 버스는 아니라서 Zattere에서 내려 걷기로 했다. 베네치아는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다. 구글맵엔 거리가 꽤 걸리는 걸로 나와도 작은 미로 안에 많은 상점과 오래된 건축물등을 구경하며 걷는 재미가 솔솔 하다. 계단도 많다. 작은 다리를 건너려면 계단을 오르고 골목길을 돌아 다시 내려가야 한다. 사람들은 작은 다리를 건널 때마다 모여있는 인파들 틈에 들어거 곤돌라가 지나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는다. 



베네치아에서는 모든 순간이 예술적인 장면으로 남는다

 


오전 10시지만 이미 인파들로 북적이는 골목. 부지런한 상인들은 이미 골목 한편에 자판을 깔았고 이제 천천히 영업을 준비하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카날그란데(Canal Grande)는 대운하로 연결되는 다리인데 그 위엔 너도 나도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만약 2019년도에 선박 사고가 없었다면 크루즈는 이곳 카날 그란데 항구로 바로 들어왔다고 했다. 배에서 내리지 않아도 이렇게 훌륭한 뷰를 볼 수 있었다니 좀 아쉽기도 하다.


런던의 리틀 베니스

파리의 베니스

미코노스 리틀베니스

동방의 베니스 등등

전 세계 수많은 곳에서 조금이라도 '베니스'를 닮은 도시들은 애칭을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만 

진짜 이 곳 '베니스'만큼 아름다운 수상 도시는 없다고 한다. 한 동안 클래식하고 아름다운 도시의 모습에 푹 젖어들었다. 다시 계단을 내려와 산마르코 대성당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의 갈림길마다 건물 위를 바라보면 작은 이정표가 나온다. 그 팻말을 보면서 길을 찾으면 된다. 골목길 구석구석 다닐수록 경이로워지는 베네치아의 건물들. 

산마르코 대성당은 '황금교회'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당으로 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처음엔 베네치아의 상인들이 훔쳐온 성물들을 몰래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돔을 세월이 지나고 대성당으로 재건축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대성당 옆으로 이동하다 보면 또다시 사람들이 모여있는 작은 다리를 만난다. 바로 '탄식의 다리'이다.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연결하는 다리인데 19세기 죄수들이 감옥으로 이송되기 직전, 바로 이 다리 위에서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바깥 풍경을 마지막으로 바라보며 후회의 탄식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감옥이었던 건물의 창은 아주 두꺼운 쇠창살로 되어 있어 아이들과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 보기도 하고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가 베네치아에 있어


탄식의 다리를 건너 다시 한 바퀴 골목 투어를 끝내고 광장으로 나왔다. 아침에 배에서 든든히 아침을 먹고 나와 점심생각은 없지만 계속 걸었더니 슬슬 허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욱신거린다. 신랑은 유명한 피자가게와 오래된 카페 두 가지의 옵션을 내민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라니? 당장 가봐야지. 피자는 배에서도 실컷 먹을 수 있잖아! 산마르코 성당을 향해 오른쪽에 위치한 카페 '플로리안'은 1720년에 개업한 곳으로, 현재까지 이탈리아에서 운영되고 있는 카페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괴테와 바이런 경, 찰스 디킨스 등 유명 인사들도 즐겨 방문했고 여성의 출입이 제한되던 당시 유일하게 여성 출입이 가능했던 이 카페에 카사노바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웨이터가 격식 있게 맞이한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카페는 박물관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천장의 벽화와 바닥의 타일 장식과 연결되는 삐그덕거리는 나무바닥. 바래진 민트 색상과 베이지톤의 벽은 내 눈을 황홀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직원이 갖다 준 메뉴판은 그야말로 얼떨떨했다. '짠내투어'라고는 하지만 쓸 땐 써야지. 

이탈리아인들이 매일 아침 습관처럼 마신다는 카푸치노와 아페롤 스프리츠 그리고 아이들은 민트 초코 라테를 주문했다. 화려한 실버 쟁반에 폼나게 차려진 한상 차림이 비쌌지만 그럴싸했다. 려환이는 가지고 있는 올드 바이올린(1890년)과 오래된 것들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낀다. 이곳에서도 연주회가 많이 있었을 것 같다면서 분위기 있게 잔들 들어 올린다. 시간이 있다면 오래 머물며 디자인 구상도 하고 글도 쓰면 참 좋았을 이 공간은 오랫동안 기억될 추억의 장소로 남긴다. 




 2:00 pm 

카페를 나와 기념품도 사고 돌아갈 시간까지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려환이는 유독 주얼리 가게 앞에서 머뭇거린다. 딱 봐도 중국제품을 판매하는 거 같은 액세서리를 파는 야외 자판대도 기웃거린다. 예쁜 기념 티셔츠나 하나씩 골라보라고 하는데 아이의 눈은 자꾸만 귀금속 상점을 향한다.

"려환아? 뭘 찾는 거야?"

"엄마가 잃어버린 반지랑 비슷한 게 있나 해서,,, "


지난여름 돌로미티 여행을 마치고 아빠와 베네치아 공항을 이용한 적이 있었다. 그때 공항 면세점에서 30유로를 주고 산 아쿠아 글라스 반지를 다음 여행지였던 오스트리아 그랏츠 호텔에서 분실했다. 그 사건으로 너무 속상해했던 엄마의 반지를 려환이는 다시 찾아주고 싶었던 거엮다. 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했지만 베네치아 시내에서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아이의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마웠다. 

"괜찮아~ 려환아. 애써 찾지 않아도 아마 언젠가 우연히 만나게 될 거야"

"우리 려환이. 이리 와~~~~ 아이고 고마워라."

아이를 꼭 안아줬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베네치아에서 불빛이 켜지는 저녁까지 머물고 싶지만 우리는 다시 배로 돌아가야 한다.

"얘들아! 우리 비싼 커피 마셨으니, 저녁은 배에 가서 먹자!!"

"좋아요!! 난 오늘 메인 정찬 두 가지 시켜야지~!"


"엄마, 우리 곤돌라는 안 타는 거야?"

"곤돌라는 너희들 결혼하면 신혼여행으로 와서 타라고 남겨두는 거야~~~"


베네치아는 엄마도 꼭 다시 오고 싶은 도시야. 

참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 하룻밤 머물고 싶구나. 


5시간의 수상도시를 여행하고 다시 배로 돌아왔다. 

크루즈에 올라타니 크루들이 환영한다.

" 아름다운 도시였죠? 그래도 잘 돌아왔어요"

"Wel com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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