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다. 기자회견 장소인 영빈관에서 앞자리에 앉아야했다. 보안검색을 언제 시작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기자들이 벌써 검색대 앞에 줄을 섰다. 아뿔싸. 하지만 외신기자 줄로 바꿔타고 통과. 나쁘지 않게 버스로 향했다. 아뿔싸2. 두번째 버스에 오르긴 했는데, 앞자리부터 채워지다보니 제일 뒷자리, 오히려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좌석 중간을 채운 뒤, 버스에서 제일 나중에 하차했다.
2. 정해진 자리와 정해진 질문지는 없었다. 관례상 기자단 간사에게만 첫 질문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지목되기만을 바래야 하는 치열한 손들기 현장이다. 버스에서 늦게 내리다 보니 두번째 열까지는 이미 찼다. 어디로 갈 것인가, 대통령이 카메라를 향해 이야기할 줄 알고, 제일 가운데 네번째 열에 앉았다. 둘러보니 사이드에 두번째 열에 남은 자리가 있다. 옮길까 했다가 종심을 지키기로 했다.
3. 질문 기회를 받으면 하고 싶었던 것은 노동과 경제 관련 질문이었다. 신년사에서 말씀했던 산재 사고의 큰 폭 감소를 어떻게 이룰지, 외험의 외주화 금지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물을까, 아니면 집무실에 있는 일자리 현황판의 지금의 쓰임새는 무엇인지 물을까 잠시 고민했다. 불평등을 막기 위한 소득 재분배를 위해 증세할 생각은 없는지 묻는 질문도 떠올렸다.
4. 그런데 기회는 오지 않았다. 대통령은 예상과 달리, 뒷 줄 기자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사이드 좌석으로 질문 기회를 넓혔다. 아뿔싸3. 옮길까 잠시 고민했던 자리에 앉아있던 기자가 기회를 받았다.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22명이 기회를 받는 동안 눈에 들지 못했다. 자리를 잘못 잡았다 ㅜㅠ. 기자회견 내내 질문은 검찰 개혁과 한반도 문제에 집중됐다. 노동과 교육 관련 질의응답은 하나도 없었다.
5. 아쉬웠다. 대통령은 새해 기자회견을 3번째 진행했고, 이를 포함해 집권 기간 동안 4번의 기자회견만 했다.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나 역시 다시 기자회견에 참석할 기회를 얻을지 알 수 없다. 누구는 지난 주말에 한 파마가 어떻게든 튀어볼려고 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
6.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대통령은 검찰 개혁에 대해서는 우직함,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자신감, 야당에 대해서는 비호감을 내보였다. 남북문제와 미국, 일본 등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서는 앞선 답변보다 굉장히 천천히 신중하게 말씀하는 것도 느껴졌다.
7.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 듯 했다. 집권 4년차 현안에 대한 파악, 특히 정보량에 있어서는 기자들을 압도할 것이다. 110분 동안 실수를 하지도 않았다. 기존에 했던 말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심심하게 무난하게 끝나버린 기자회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