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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관 일기 2 : 코로나 백신 주사기와 삼성

by 이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 군산에 있는 최소잔여형 주사기 생산업체를 방문했다. 최소잔여형 주사기는 주사기에 남는 약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주사기다. 백신 1병으로 5명을 접종할 수 있는데, 이 주사기를 쓰면 6명에게 할 수 있다고 한다.


20210218_최소잔여형(LDS)_백신주사기_생산_현장_방문00006.jpeg 청와대 제공


이런 좋은 주사기 개발과 생산 현장에 갔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기는 하다. 그런데 이 현장에 특별한 이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들이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특수 주사기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전문가들을 투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장은 "삼성의 전문가 30여 명을 설비업체, 금형업체 그다음에 풍림의 현장에 투입을 해서 1개월만에 월 1000만 대의 양산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고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삼성의 전문가들이 투입된 업체의 지난해 인력은 80명이었다. 두둥. 80명이 일하는 중소기업에 삼성의 전문가들 투입이라니...


그다음 차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 예전에 기사쓸때 로직스(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로 나눴던 그 회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 주사기가 미국의 FDA 승인을 받는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로 한때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 기업과의 합작회사다. 바이오와 국제 업무에 능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공로로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가 이날 문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보고를 했다.


패스트팔로우 전략으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삼성에피스가 나서서 국내 중소기업의 개발, 생산을 돕는다는 게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이건 뭐 돈으로도 사기 힘든 노하우가 진짜 '낙수효과'를 내는 거니까. 그런데 뭔가 뒷맛이 씁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얼마전 만난 청와대 인사도 삼성이 왜 이러는지 아는 눈치였다 ㅎㅎ)



삼성 이야기로 빠져버렸는데, 이러한 모습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오늘 현장에 나온 김강립 식약처장의 말에 힌트가 있다. "저희 식약처는 저희가 가장 잘 아는 규제를 통해서 의료기기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저희 식약처가 그동안 의료제품 기업들로부터 규제를 통한 시장 진출과 해외 진출의 걸림돌이 되었다는 그런 비난도 받았다라고 인정하겠습니다. 이제 앞으로 이러한 신속 허가 심사와 인허가 규제정보 제공, 인증제도, 국제진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통해서 걸림돌에서 디딤돌로 거듭나도록 앞으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식약처가 의료기기 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라... 마치 금융감독원이 규제를 통해 은행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꼴 아닌가?


정부 고위 관료의 마인드가 이러니, 이런 현장에, 삼성 관계자가 나오는 것은 정말 아무일도 아닌 것일거다.


P.S. 하루종일 신현수 민정수석 기사 쓰느라 끙끙댔는데, 신 수석 기사에 매달리느라 퇴근시간에 밀려 후다닥 한 시간도 안걸려 쓴 이 기사가 네이버에서 훨씬 많이 읽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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