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빅 쇼트>를 보고 내 멋대로 감상평
1. 영화 빅쇼트를 봤다. 원래는 퓰리처상을 받은 보스턴글로브 기자들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를 보려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아직 극장 개봉 중이라 가치가 가장 높을 때라 케이블티비에서도 시청료 만원을 받았다. 그래서 이미 개봉이 끝나 값이 3500원으로 떨어진 빅쇼트를 보기로 했다.
2. 빅 쇼트는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킨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사태를 다룬 영화다. 이미 많은 분들이 여러 블로그에서 줄거리를 이야기했기에(사실은 내가 이해하기에 벅차기에) 영화 내용을 쓰진 않겠다. 잘 생긴 브래드 피트가 출연했다.
3. 나는 공매도에 대해 그동안 누군가 남의 피해(떨어진 주식을 가진 투자자가 피해를 보든, 기업이 피해를 보든)를 통해 큰 돈을 버는 것이라 생각했다. 복잡한 과정은 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으니 공매도를 하는 트레이더들을 보고 하이에나 같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4. 그런데 빅쇼트를 보며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일 수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뭐 여전히 난 금융을 잘 모르니 느낌이라고 하자)이 들었다. 주식이든 채권이든 투자은행과 신용평가사는 그 값이 유지되고 올라야 돈을 번다(영화 속에서 신용평가사인 스탠다드앤푸어는 채권에 높은 가치를 매기지 않으면 고객이 무디스로 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좋은 등급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감독해야할 기관 담당자도 돈을 훨씬 많이 주는 기업(원래는 감독을 받아야할)에 가기 위해 뭘 캐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이 시스템대로만 굴러가면 참여한 이들은 모두 돈을 벌고 해피한 일인 것이다. 그러니 거대한 금융 시스템의 허점과 잘못을 지적하는 일, 아니 들여다보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다.
5. 이런 기막힌 담합 구조는 거대한 사기극을 유지한다. 심지어 사기가 들통날까봐(이해관계자 모두가 돈을 버는 구조가 무너질까봐) 저항한다. 영화를 보면, 서브프라임 위기는 더 빨리 왔어야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보려하지 않는다. 결국 핵폭탄급으로 거대하게 충격이 증폭된 뒤에야 위기가 시작된다.
6. 시스템의 잘못, 자본주의의 빈틈을 포착하고 반대로 부동산담보채권의 부실이 드러나 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믿는 공매도에 배팅을 한 이들이 결국 맞았다. 25억 달러, 10억 달러 등을 번다.
7. 금융시스템이 사기였다. 납세자의 돈을 담보로 잡거나, 아니 그것으로 결국 벌충될 줄 알고 벌이는 거대한 도박판. 이것을 유지하려고 한 이들이 실제로는 사기꾼들이다. 돈없는 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대출을 해줘(신용불량자로 만들고) 집을 마련할 방법을 알려주고, 일하지 않고도 투자를 통해 인생 역전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자신을 위해 일하는데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처럼 말하는 이들이다.
8. 공매도는 결국 이런 거대한 사기를 고발한 것일 수 있다. 어떤 증권 애널리스트도 이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말하지 않고 오른다고 보고서를 쓰는 것.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언론이 자신의 이해관계 때문에 거대한 사기극을 고발하지 않고, 오히려 거품을 키우는 것. 이런 것에 저항하는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9.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피해는 8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600만명이 집을 잃었다. 미국에서만 말이다.
10.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물론 나의 구라다. 난 금융을 공부하지도 않았고, 경제도 잘 모른다. 영화를 본 감상평이다. 그러니 구라다.
11. 한 가지는 알겠다. 취재를 할때 사건이 아닌 구조를 보라고 편집국장이 말했다는 내용(그래서 퓰리처상을 받는 훈훈한 광경)이 궁금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보려고 했는데, '빅쇼트'가 사실은 그 내용이었다. 금융위기나 기업 위기의 등장 때 실업자나 집을 잃은 이의 절절한 사연 쓸 수 있고, 써야 한다. 그런데 그 위기를 만든 이들이 왜 그랬는지 무슨 짓을 한 건지 구조를 제대로 추적한 적이 있었나.... 뭐 그런 반성이 든다.
12. 값이 떨어진 빅쇼트 보기를 잘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보면 물론 다른 이와 더 이야기하기 좋았겠고. 실제로 지금이 더 화제이지만 스포트라이트의 가격은 현재가 피크다. 그리고 결국 곧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공매도도 2년을 기다렸는데, 불과 며칠을 못 기다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