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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기자 Jun 18. 2017

혁신도 주가 앞에 무릎 꿇다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 이끌던 GE 이멜트 회장 퇴진

끊임없는 혁신도 주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100여년 전 제너럴 일렉트릭(GE·지이)은 전구를 만드는 회사였다. 가전 제품과 발전 회사로 크게 성장한 이 회사는 20년 전부터 금융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커졌다. 한국에 있는 현대캐피탈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2009년 금융 위기가 터지자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2년 전 지이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을 선언하며 끝없는 혁신의 방점을 찍었다.


쉼없이 혁신을 추진하던 제프리 이멜트(61) 지이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각) 퇴진을 선언했다. 139년 역사의 지이는 이멜트 회장이 8월1일부터 최고경영자 자리를 내놓고 올해 연말까지만 회장직을 유지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임자는 지이 헬스케이 부문 대표 존 플래너리(55)가 낙점됐다.




이멜트 회장은 퇴진이 발표된 뒤 “(후임자에게) 시이오가 되는데 아마도 가장 중요한 조언을 줬다. ‘네가 해보지 않은 일은 아마 쉬워보였을 것이다’”는 말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이멜트 회장이 자신의 일이 어려웠다고 토로한 것은 그가 16년 동안 지이의 급격한 전환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2001년 이멜트가 회장에 취임할 당시, 전임자 잭 웰치는 수익성이 높은 금융과 미디어, 서비스 등으로 회사의 사업구조를 재편해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멜트 회장은 금융·서비스 사업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멜트 회장은 “금융위기 때 가장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멜트 회장은 새 성장엔진을 발굴하기로 결정하고 지이는 드라마 같은 변신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어려움에 빠진 재보험과 캐피탈 사업 등을 정리했고, 회사의 뿌리인 가전 사업 마저 2014년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지이는 미디어·금융 등을 아우르는 복합기업에서 원자력·항공엔진·의료기기 중심의 제조업체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이의 변신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이멜트 회장은 “우리는 디지털 제조업을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경쟁자는 구글과 같은 디지털 기업들이 될 것이다”고 발표했다. 19세기에 탄생해 20세기를 휩쓴 지이는 기존의 방식으로는 디지털 세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디지털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지이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개발자들을 쓸어모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GE가 금융위기 뒤 2008년 금융(Capital) 중심 사업구조를 2016년 제조업 중심으로 탈바꿈시켰다. 출처 : <뉴욕타임스>


기업 문화도 바꿨다. 전임 잭 웰치 회장은 당시 ‘경영의 교과서’ 같은 인물이었다. 그는 직원들을 고성과자 20%, 중간성과자 70%, 성과부진자 10%로 등급을 나눠 성과부진자는 해고하는 등 보상과 불이익에 큰 차별을 두는 경영을 했다. 끊임없는 경쟁과 탈락이 기업의 경쟁력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멜트 회장은 2015년 8월 1년 단위의 평가를 없애고, 성과부진자 등 직원 등급을 할당하는 제도도 폐지했다. 지이코리아 관계자는 “직원 성과에 대해 점수 등을 전혀 매기지 않고 개선해야할 점 등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이멜트 회장의 혁신은 여기까지였다. 2년 전 25억달러를 들여 지이 지분 1%를 확보한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는 ‘주가가 낮은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영진을 압박했다. 이멜트 회장의 16년 재임기간 동안 에스앤피(S&P) 주가는 124% 올랐지만 지이 주가는 30%나 떨어졌다. 이멜트 회장은 2015년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지이는 산업인터넷을 주도할 것이고, 지이가 바로 디지털 산업이다. 지이는 근성 있는 기업이다. 지이가 창조하는 새로운 성장 흐름에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에 100년이 넘는 ‘공룡’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후하지 않았다. 이멜트 회장은 물러났고 지이에서만 30년 동안 일한 ‘또다른 지이맨’ 플래너리 대표가 후임자로 결정됐다. 지이는 2011년부터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승계 과정을 감독했다고 밝혔다. 이멜트 회장이 퇴진하자 지이 주식은 4% 올랐다.


참고문헌 : <준비된 기업이 버릴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임지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 인사·조직 운영전략> LG경제연구원 황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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